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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소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김민재의 차기작이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이란 소설을 각색한 드라마라고 하길래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정말 오랜만에 기분 좋게 읽은 국내 소설이었다. 이은소 작가의 필력이 정은궐 작가만큼 좋은 것 같았다. 효종~현종 시기가 배경이다 보니 병자호란 이후의 조선 사회를 보여주는데 솔직히 여자들이 너무 불쌍했다.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환향녀와 혼인을 올린 다음날 과부가 된 현령의 딸, 의붓아비(?)에게 성적 착취를 당하는 소녀 등 은근히 부글부글 속 끓게 하는 사연들이 많다. 남자들이라고 해서 마냥 팔자가 편한 것도 아니라서 본처의 핍박을 받는 꼬맹이 서자도 있고, 과거 시험 치르느라 재산을 탕진한 양반, 운명을 거스른 대가를 치르는 거렁뱅이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제일 열 받는 부분은 과부와 ..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Spiderman: No way home)

정말 볼 맘이 없었다가 시간상 할 수 없이 선택했는데...... 내 예상보다 아주 좋았다. 갑자기 정체가 노출당한 것도 부족해서 악당 취급 받은 것도 가엾기 그지 없었고 그토록 가고 싶었던 대학에 자기는 물론이고 친구들까지 몽땅 떨어진 것도 참 딱했다.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세상에서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달라고 부탁했다가 여자친구, 절친, 숙모를 남겨달라고 자꾸 추가 주문하는 것도 귀여웠고, 뭔가 해보지도 않고 나에게 왔냐고 화내는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바짝 얼어붙은 모습도 보니 아 얘 고등학생 맞구나 싶었다. 옛날 악당들하고 싸우다가 대학교 직원을 구해주고 다시 대학 갈 기회를 얻은 걸로 만족하지 않고 그 악당들이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죽는다는 걸 알고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해리 포터..

골 때리는 그녀들

축구를 좋아해서 당연히 '골 때리는 그녀들'이 나왔을 때 적극 반겼지만 파일럿은 제대로 안 봤다. '뭉치면 찬다'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해서...... 하지만 정규 편성이 되면서 제대로 보게 된 이 프로그램은 나처럼 축구 좋아하는 사람을 확 끌어당겼다. 무엇보다도 뛰는 선수들에게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모델팀 '구척장신'이 제일 좋아졌다. 꼴찌의 성장이라는 주제에 가장 잘 부합했고,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특히 구멍 중의 구멍 이현이의 성장이 눈부셨다. 어제 전력질주하느라 A보드 무너뜨리고 쥐가 나도 자기가 쉬면 누가 뛰냐면서 끝까지 뛰었던 그 열정이 어찌나 감동적이었지. 오죽하면 산전수전 다 겪은 최용수 감독이 이런 축구 처음 본다고 했을까...... 내가 제일 ..

조선 천주교 그 기원과 발전

파리 외방전교회의 시선으로 본 한국 천주교의 역사다. 처음에는 흐뭇하게 읽었는데 20세기로 넘어오면서부터 지나치게 한국보다 천주교에만 초점을 두어서 기분이 나빠지려고 한다. 특히 자꾸만 동해를 일본해로 적어서 더 기분 나쁘다. 아마도 먼저 천주교를 받아들인 일본에 더 호의적이었던 그들의 시각을 감안하면 일본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쓰는 게 자연스러웠던 모양이다. 한국인으로서 신앙만 강조하고 한국인이 어찌 되던 말던 신경 안 쓰는 듯한 프랑스 신부들의 모습은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개신교의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세속적인 전도로 인한 성공을 질투하면서도 그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모습도 보인다. 어디까지나 외부인의 시선으로 쓴 글이니 이해는 한다만 그래도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거다. 내 신앙의 뿌리를 지지..

슈베르트_보리수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여행(한국명 겨울나그네)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용재씨 비올라 연주를 많이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oqQuaBe1kU 하지만 아빠가 좋아하셨던 원래 가곡 형태도 참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ltZn2WVLGdo Schubert - Der Lindenbaum(보리수) Am Brunnen vor dem Tore da steht ein Lindenbaum ich traumt' in seinem Schatten so manchen sußen Traum Ich schnitt in seine Rinde so manches liebe Wort es zog in Freud' und Leide zu ihm mic..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박준영의 '헌정'이 채송아 마음을 돌린 이유

박준영[김민재]의 졸업 연주회 '헌정'이 드라마는 클래식 애호가들이라면 좋아할 것 같다.쇼팽 콩쿠르에서 1위없는 공동 2위를 한 피아니스트 박준영과 서울대(드라마에서는 서령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4수끝에 다시 서울대 음대에 입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지망생 채송아의 사랑과 성장을 그렸는데 후속 드라마가 펜트하우스라는 게 심히 어이 없을 정도로 잔잔하고 곱지만 내적으로는 치열한 드라마이다. 극중에서 박준영은 자신을 콩쿠르 킬러로 만들어준 지도교수에게 '피아노라도 마음대로 치면 안되나요?'라고 따지는 장면이 있다.이 때 박준영은 (한국에서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현실의 조성진)에게 밀려 한 물 갔다는 소리를 듣고 다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준비하는 중이었다.그때 지도교수는 그렇게 치면 콩쿨 ..

에릭 사티 Je te veux

우연히 너튜브 알고리즘이 알려줘서 알게 된 곡이다. 정말 아름답다. 음악도 아름답고 최성훈 카운터 테너님의 목소리도 아름답다. 내용은 찡~하다. 에릭 사티가 평생의 사랑 수잔 발라동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라 그런지 가사에서 절절한 사랑이 느껴진다. J'ai compris ta détresse 당신의 괴로움을 이해해요 Cher amoureux 내 소중한 사랑이여 Et je cède à tes vœux 그러니 제가 당신께 맹세를 바치면 Fais de moi ta maîtresse 나를 당신의 연인으로 만들어주세요. Loin de nous la sagesse 이치에 맞는 일 따위는 멀리해 버려요 Plus de tristesse 슬픔은 더욱 더 J'aspire à l'instant précieux où no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