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리 포터

[팬픽션] 해리 포터에게 필요한 것 (2)

지혜의 여신 2025. 5. 24. 16:28

2

 

  다음 날, 일요일 아침. 해리는 늦잠을 자고 대연회장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는 그리핀도르 학생들의 시선과 표정을 보자마자 깊은 실망을 느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불만스럽거나 무시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 순간, 헤르미온느가 대연회장에서 나와 해리를 밖으로 데려갔다.


 

  호숫가에 도착하자, 해리는 그리핀도르 학생들의 차가운 시선과 론의 불신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헤르미온느는 그런 해리를 부드럽게 달랬다.

 

  “해리, 애들이 실망한 건 네가 그리핀도르 챔피언이 되어서도 대회에 집중하지 않고 세드릭 디고리를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야.”

 

  “하, 걔네들은 내가 이 멍청한 대회에 원하지도 않았는데 참가하게 된 게 얼마나 위험한지 이해도 못하나 봐. 아무나 불의 잔을 조작해서 나를 네 번째 챔피언으로 만들 수 있겠어? 이지는 날 보자마자 교장 선생님들이 범인을 찾았냐고 물었는데.”

 

  “응, 이지... 사실 그 얘기하고 싶었어. 네빌이 어젯밤 네가 한 선서가 '마법사의 맹세'였다고 말하더라. 순혈 가문에서나 쓰는 맹세를 너도 했다고 놀라워했어. 그거 이지가 가르쳐준 거야? 넌 그 사람이 나처럼 머글 태생이라고 하지 않았어?”

 

  헤르미온느는 진심으로 궁금해 보였고, 그 모습에 해리의 분노도 조금 누그러졌다.

 

  “맞아, 이지가 그 맹세랑 확성 마법도 가르쳐줬어. 이지는 내가 2학년 때 슬리데린의 후계자로 몰렸던 것도 이미 알고 있었대. 그땐 내가 아무 행동도 안 해서 일이 더 커졌다고 말하더라고. 그래서 이번엔 무조건 결백을 증명하라고 강하게 말했어.”

 

  “그 말이 맞긴 해. 어젯밤 네 맹세 덕분에 순혈 가문 출신 몇몇 학생들은 네가 결백하다고 믿기 시작했을 거야. 이지는 정말 똑똑하네.” 헤르미온느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론 걱정은 하지 마. 걘 네가 챔피언이 된 게 질투나서 그런 거야. 질투심을 이겨내면 너의 상황을 제대로 보게 될 거야.”

 

  “뭐? 누가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한 걸 부러워해?”

 

  해리는 다시 론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지만, 헤르미온느는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잘 들어봐, 해리. 론은 집에서는 항상 잘난 형들 후광에 가려졌고, 학교에선 '해리 포터의 친구'로만 알려졌잖아. 게다가 돈도 늘 부족해서 그게 늘 열등감으로 작용했지. 트라이위저드 대회 우승자는 엄청난 명예와 함께 천 갈레온이나 받는다고. 그건 형들이 이룬 어떤 업적보다 커. 그런 기회가 너에겐 생겼고, 론은 감히 도전도 못했지. 그러니까 넌 걔가 원하던 모든 걸 가진 사람처럼 보이는 거야.”

 

  한편으론 해리도 론이 주목받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호그와트에 오기 전까지 그는 더즐리 가문에게 학대받았고, 초등학교 친구들과 이웃들 사이에선 늘 무시당했다. 하지만 론이 자신의 결백을 믿지 않은 것만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좋아, 계속 그렇게 생각하라고 해. 난 걔가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야.” 해리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헤르미온느는 복잡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충고했다시리우스에게 편지 써. 네가 네 번째 챔피언이 된 걸 말해줘야 해.”

 

  처음엔 해리는 대부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했지만, 결국 헤르미온느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곧 시리우스도 소식을 듣게 될 테니까.

 

  그들은 성으로 돌아가 부엉이장으로 향했다. 해리는 트라이위저드 대회의 네 번째 대표가 되었으며, 자신은 범인을 알지 못한다는 짧은 편지를 썼다. 하지만 해그위그는 그가 다른 학교 부엉이를 사용한 것이 못마땅한 듯, 주인의 손길을 피했다. 해리에겐 또 다른 상처였다.


  점심 식사 후,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대연회장 입구에서 이지를 만났다. 세 사람은 전날 해리와 이지가 사용했던 빈 교실로 이동했다. 이지는 전날 밤 그리핀도르 기숙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고, 해리는 론의 불신까지 포함하여 모두 털어놓았다. 헤르미온느도 자신의 설명을 추가해 거들었다.

 

  이지는 무거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네 기숙사 친구들이 너무 순진하다는 건 알겠어.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두 호그와트 학생은 이지의 말이 의미하는 바를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그녀는 배낭에서 두꺼운 책 여러 권을 꺼내 해리에게 건넸다.

 

  “해리, 이건 예전 트라이위저드 대회에 대한 기록이야. 물론 마지막 대회가 200년 전이니까 자료는 오래됐지만, 이번 대회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이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그리핀도르 학생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책들을 바라보았다. 헤르미온느가 먼저 책 하나를 낚아채어 읽기 시작했고, 해리도 그 뒤를 따랐다. 몇 분 뒤, 두 사람은 감탄의 눈빛으로 적금발 소녀를 바라봤다.

 

  “이 책들 어디서 구한 거야? 점심 전에 도서관에 가봤는데 관련 책은 전부 대출 중이었어.”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이지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학기 초 대회 소식 듣고 바로 샀어. 영국 책도 부엉이로 주문했지. 불가리아 쪽은 연락이 잘 안 됐지만.”

 

  “근데 이 책들 대부분 프랑스어잖아. 우리가 어떻게 읽어?” 해리가 당황스레 물었다.

 

  “프랑스어 책에는 번역 마법을 걸어놨어. 나는 불어랑 영어 다 할 수 있으니까 쉬웠지.” 이지는 자랑스럽게 웃었다.

 

  “정말 고마워, 이지. 이 책들 덕분에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해리는 고마운 마음에 제 친척을 꼭 안았다. 이지는 순간 당황했지만 곧 그를 안아주며 말했다. “기꺼이 도와줄게.”

 

  서로를 놓아준 뒤, 헤르미온느는 번역 마법에 대해 묻고 싶어 했지만, 이지는 단호하게 설명을 거부하고 바로 대회 준비를 시작하자고 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오래된 책상과 의자에 앉아 옛 대회 기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수백 년 동안 치러진 첫 번째 과제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는 데 몇 시간이 걸렸다. 대부분 매우 위험한 마법 생물들이 등장했다. 예를 들어, 마지막 대회에선 코카트리스가 사용되어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미친 대회가 200년이나 중단됐던 게 당연하네.”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저었다.

 

  “완전 동감이야. 학교 행사에서 저런 위험한 생물을 사용하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이지도 맞장구쳤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미친 대회에 참가하려고 했던 거야? 이지, 이건 그냥 자살이나 다름없잖아!” 해리는 거의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아, 어제 말했잖아. 난 할아버지처럼 군인이 되고 싶어서 이 대회를 통해 내 실력을 시험해보려던 거였지.”

 

  이지의 태평한 말투에 해리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세 사람은 그날의 조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지는 해리와 더 이야기하자며 헤르미온느에게 양해를 구했고, 헤르미온느는 이지의 결의에 찬 눈빛을 보고 묵묵히 자료를 챙겨 나갔다.

 

  문이 닫히자마자, 이지가 입을 열었다. “네 기숙사 사감 교수님께 갔었어? 내가 듣기로 그 분이 교감이시라던데.”

 

  해리는 당황해서 고개를 저으며 이유를 설명했다. 1학년 때 맥고나걸 교수가 그의 말을 무시했던 기억부터, 슬리데린의 후계자 사건, 디멘터와 시리우스 블랙까지. (시리우스의 결백은 긴 이야기라 생략했다.) 새로 만난 친척에게 이런 골치 아픈 이야기들을 꺼내는 것은 상당히 어색했다. 이지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고, 결국 긴 한숨을 내쉬고 조용히 말했다.

 

  “해리, 이번엔 교사들의 도움을 받지 않는 건 현명하지 않아. 누군가 너를 트라이위저드 대표로 만든 건 장난이 아니라 목숨을 노리는 범죄야. 시리우스 블랙처럼.”

 

  해리가 시리우스에 대해 무언가 말하려 하자, 이지는 손을 들어 그를 막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 명예를 지키는 것도 중요해. 우리 할아버지는 명예는 생명만큼이나 소중하다고 하셨어. 마법사 사회는 군대처럼 좁은 세계야. 명예를 잃으면 신뢰도, 도움도 받을 수 없어.”

 

  그 말에 해리는 시리우스를 떠올렸다. 모두가 그를 믿지 않았고, 오랜 친구들마저 그를 버렸다. 시리우스가 페티그루를 추적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었더라면 아즈카반에서 썩지 않았을 것이다. 해리는 마침내 이지의 우려를 이해했다.

 

  “말해줘, 이지. 내 생명과 명예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해?” 해리가 결연하게 물었다.

이지는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범인을 어떻게 잡을지,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를 오랫동안 논의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두 나라의 교육 시스템도 달랐고, 해리는 영국 마법 사회에 대해 거의 무지했다. 자신의 가문, 부모님 무덤, 집안의 법률 자문인이나 (비밀지도를 만든 아버지 친구 셋만 빼고) 부모님 친구들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 이지는 해리의 무지를 꾸짖었고, 해리는 자신이 얼마나 수동적이고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더즐리 집안에서 질문을 하면 위협을 당했고, 학교 교사들도 제대로 도와준 이가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엔 바뀌어야 했다. 결국, 둘은 대략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그날 저녁, 세 학교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연회장에 모였다. 해리는 세 교장과 세 챔피언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있는 걸 확인했다. 이지와 눈을 마주친 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 앞으로 걸어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사람들은 당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해리는 심호흡을 하고 목에 확성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세 학교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맹세했다.

 

  “나는 내 생명과 마법을 걸고 맹세한다. 나는 불의 잔에 내 이름을 넣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 부탁한 적도 없다! 나는 성인이어야만 참가 가능한 트라이위저드 대회에 참가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나를 네 번째 대표로 만든 자는 내 목숨을 노리는 적으로 간주하며, 반드시 찾아 복수할 것이다! 또한, 내가 원치 않게 대표가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나를 모욕하는 자들 역시 그 적의 추종자로 간주하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연회장 전체가 숨을 죽였다. 심지어 그리핀도르 학생들조차 어젯밤보다 훨씬 강한 어조의 맹세에 놀란 눈치였다. 덤블도어가 자리에서 일어나 뭔가 말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 대회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세드릭 디고리를 진정한 호그와트 대표로 선언하고, 그를 지지할 것이다!”

 

  연회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해리의 말이 자신의 생각을 뒤흔들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교사들 역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동안 해리 포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래서 이 맹세는 그들에게 너무도 낯설었다.

 

  그 순간, 세드릭 디고리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플푸프의 반장인 세드릭은 해리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고마워, 해리 포터! 나도 네가 네 이름을 넣지 않았다는 걸 믿어!”

 

  세드릭을 따라 후플푸프 학생들이 하나둘 박수를 쳤고, 곧 그리핀도르와 레번클로, 보바통과 덤스트랭 학생들도 함께했다. 오직 슬리데린만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시간이 지나면서 교수진도 박수를 쳤고, 맥고나걸 교수와 스프라우트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한 미소로 해리를 바라보았다.

 

  대연회장은 열띤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해리의 볼이 붉어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중하게 인사한 뒤 자리로 돌아갔다. 헤르미온느와 네빌이 환하게 맞이했고, 다른 그리핀도르 학생들도 박수를 보냈다. 론만이 불편한 눈빛으로 해리를 바라봤지만, 해리는 실망을 감추려 애쓰며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지가 윙크와 함께 두 엄지를 치켜세우자, 해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자신의 첫걸음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