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해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그들의 시선은 한층 부드러워져 있었다. 후플푸프 학생들은 다시 예전처럼 친절하게 대했고, 슬리데린은 여전히 변함없었지만, 해리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 식사를 마쳤다.
마지막 수업이 끝난 뒤, 해리는 네빌에게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겠냐고 물었고, 두 소년은 2층의 빈 교실로 향했다. 둥근 얼굴의 네빌은 무슨 일인지 궁금한 듯 보였다. 오래된 책상 근처 의자에 마주 앉자, 해리는 주머니에서 메모용 양피지를 꺼냈다.
"네빌, 부탁이 있어. 네 도움이 필요해."
해리는 진지한 눈빛으로 기숙사 친구를 바라보았다. 둘은 가장 가까운 친구는 아니었지만, 늘 좋은 사이를 유지해왔다.
네빌은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뭘 도와주면 돼?"
"나,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고 나를 네 번째 챔피언으로 만든 범인을 반드시 잡겠다고 맹세했잖아. 그런데 문제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누구한테 도움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어. 이건 시리우스 블랙 사건처럼 호그와트 선생님들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어. 그런데 마법 정부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모르겠어."
해리의 말에 네빌은 진지한 얼굴로 한참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응,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마법 정부에는 다양한 부서가 있어. 미스터리부 같은 데서 그런 문제를 조사할 수도 있고, 범인을 체포하는 건 마법 사법부 소관이야."
"그럼, 마법 사법부에 연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무디 교수님이 부엉이를 대신 보내줄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마법 세계에도 머글 세계처럼 변호사가 있어?"
네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있지. 우리 할머니도 가끔 법률 자문을 받으실 때가 있어."
해리는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 "정말 좋은 소식이네! 혹시 너희 할머니께 믿을 만한 변호사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해줄 수 있을까? 우리 부모님이 변호사를 두셨는지도 모르겠고…"
"너희 집안 같은 경우라면… 아마 그린고트 가족 금고에 있는 서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거야."
네빌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가족 금고에 서류가 있다고? 나는 동전밖에 못 봤는데?"
해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해했다.
"그럼, 네가 본 건 아마 '신탁 금고'였을 거야. 부유한 집안들은 아이들을 위해 신탁 금고를 따로 만들고, 대부분의 자산과 서류는 가족 금고에 보관하거든."
네빌의 설명에 해리는 눈을 크게 떴다. 해그리드는 그런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무엇을 더 물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해리는, 문득 네빌이 뭔가 떠올린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다.
"사실 지금은 변호사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아." 네빌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 사법부 장관에게 직접 연락하는 거야."
"어떻게?" 해리는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너도 수잔 본즈 알지? 우리랑 같은 학년 후플푸프, 그 애가 바로 아멜리아 본즈 마법 사법부 장관의 조카야."
해리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렸다.
"그럼… 내가 수잔 본즈한테 편지를 이모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까?"
그는 말을 더듬지 않으려 애쓰며 물었다. 해리는 3년 넘게 수잔과 약초학 수업을 함께 들었지만, 한 번도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
"우리 할머니랑 아멜리아 본즈는 오래된 친구야. 수잔이랑 나도 호그와트에 들어오기 전부터 알았고. 네가 원한다면, 내가 수잔에게 먼저 이야기해볼게."
"정말 고마워! 넌 정말 최고야!"
해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두 소년은 수잔 본즈와 언제, 어디서 만날지에 대해 짧게 상의한 뒤, 교실을 나서 기숙사로 향했다.
그날 저녁, 해리와 이지는 본즈 장관에게 보낼 편지를 함께 썼다. 강제적으로 네 번째 트라이위저드 챔피언으로 뽑힌 해리의 상황을 요약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억지스럽거나 음모론처럼 들리지 않게 쓰는 데 특히 신경 써야 했다. 둘은 이 사건의 배후에 볼드모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했지만, 해리의 꿈 말고는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결국 편지에는 불의 잔의 비정상적인 행동, 그리고 매드아이 무디가 ‘살아남은 아이’를 대회 중에 죽이려는 의도를 가진 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한 점을 중심으로 서술할 수밖에 없었다. 편지의 말미에는 이 범인을 반드시 밝혀내고 체포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학교 내부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인 사안이며, 가능한 한 빠르게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편지를 다 쓴 후, 해리는 해그리드가 처음 만났을 때 가문 금고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투덜댔다. 이지는 흥미로워하며 처음 만남이 어땠는지 물었다. 해리는 더즐리 가족이 호그와트 입학을 거부했던 일, 편지를 가로채려 했던 일, 해그리드가 오두막으로 들이닥친 날, 다이애건 앨리에서의 쇼핑 등 처음 해그리드를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해그리드는 아마 네 가문 금고에 대해 몰랐을 수도 있어,” 이지는 사려 깊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사람은 그냥 사냥터지기잖아. 네 보호자도, 가족도 아니니까. 하지만 나중에 그린고트에 연락해서 가문 계좌 관리인이 누구인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아.”
“응, 곧 요청서 보낼 거야,” 해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바보 같은 시합 말고도, 앞으로 법률 상담이 더 필요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어른들을 더 만들어야 해.”
이지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내 가족과 영국 마법사회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해리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이지. 이제는 내가 속한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해.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몰랐어’라고만 할 순 없으니까. 내 의도가 어땠든 말이야.”
이지는 양손으로 해리의 어깨를 꼭 붙잡고,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넌 할로윈 밤에 다시 태어난 거야, 해리. 난 네가 이번 일을 통해 성장할 거라고 믿어.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너는 명예와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거야.”
두 소년 소녀는 한참을 편안하게 웃었다.
본즈 장관에게 편지를 보내는 일은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네빌은 약초학 수업 중 수잔 본즈에게 조심스럽게 해리를 만나 달라고 부탁했고, 약간의 망설임 끝에 그녀는 승낙했다.
그날 저녁 식사 후, 해리는 후플푸프의 기숙사 입구 근처 복도에서 수잔과 조용히 만났다. 다행히도 수잔 본즈는 해리의 결백을 믿었다. 그녀는 고모에게 편지를 전달해 조사 요청을 해주는 대신, 다음 호그스미드 방문 때 버터맥주를 사달라고 부탁했고, 해리는 흔쾌히 승낙하며 편지를 건넸다.
휴게실에서 해리가 수잔 본즈에게 편지를 전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네빌과 헤르미온느는 깊은 안도감을 드러냈다. 강제로 챔피언이 된 후로 해리는 처음으로 한껏 들뜬 표정을 지었다.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해리는 그린고트에 또 다른 편지를 보내고 마법 영국 문화에 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네빌이 그를 도왔다. 순수혈통인 네빌은 마법 세계의 기초 상식부터 시작해 전통 순수혈통 가문, 마법부, 위젠가모트, 마법사 국제 연합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 책들을 함께 찾아주었다. 네빌은 머글에서 자란 룸메이트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기꺼이 나눠주었고, 심지어 순수혈통 가문을 포함한 역사적인 마법사 가문의 족보를 다룬 책들을 부엉이 주문하는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해리는 네빌의 추천을 따라 포터 가문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주문서를 작성했고, 해그위그는 기쁜 듯이 그것을 물고 플러리시 앤 블러츠 서졈으로 날아갔다.
한편, 해리는 이지와 헤르미온느와 함께 매일 오후 2층의 빈 교실에 모여 역대 트라이위저드 대회의 기록을 공부했다. 이들은 1차 시합에서 등장했던 마법 생물과 주문들을 확인했고, 해리를 위해 실습할 주문 목록을 정리해 연습을 도왔다. 고급 마법이 많아 해리는 연습이 끝날 때마다 녹초가 되었지만, 퀴디치 덕분에 좋은 반사 신경을 가지고 있었고, 이지는 해리의 재능과 인내심을 높이 평가했다.
수잔 본즈는 고모의 편지가 도착할 때마다 해리에게 그 내용을 알려주었다.
편지를 보낸 지 이틀 뒤, 본즈 장관은 첫 번째 답장을 보내 해리의 할로윈 밤 상황과 트라이위저드 대표 선출 경위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수잔은 고모에게 불의 잔이 해리를 네 번째 챔피언으로 선택한 순간과 그 다음날 밤 해리가 마법사의 맹세를 한 것까지 목격한 모든 것을 상세히 전달했다.
며칠 후, 본즈 장관은 또 다른 답장을 보내 해리의 주장을 수긍한다고 밝히면서 이 사건은 마법부가 철저히 조사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 동의했다. 해리는 마법 사법부 장관이 이 문제를 중대하게 여긴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수잔이 해리의 편지를 보낸 지 정확히 일주일 후, 점심시간이 막 끝나갈 무렵, 아멜리아 본즈 장관이 두 명의 오러들과 함께 호그와트에 도착했다. 마법 사법부 장관이 직접 학교를 방문한 것도 놀라웠지만, 그와 동행한 무장한 오러들의 모습은 대연회장에 있던 모든 이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덤블도어 역시 예고 없는 방문에 당황한 듯했지만, 금세 미소를 띠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애하는 아멜리아, 뜻밖의 기쁨이군. 이 늙은이가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겠나?”
덤블도어의 음성은 평소처럼 온화했지만, 눈빛은 웃고 있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덤블도어 교수님.” 엄격한 인상의 본즈 장관은 형식적인 인사만을 건넸다. “저는 할로윈 밤에 벌어진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 순간, 덤블도어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그렇군. 대중 앞에서 논의할 주제는 아니니, 내 사무실로 가세.”
잠시 후, 본즈 장관과 두 명의 오러, 맥고나걸 교수, 무디 교수, 그리고 해리는 교장실 안에서 덤블도어의 책상을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본즈 장관은 사건의 중심에 있던 해리의 참석을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요청한 터였다. 맥고나걸은 핑크빛 뺨에 희망이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해리를 매섭게 바라보았다.
“아멜리아,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묻고 싶네. 학교 내에서 발생한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오러들과 함께 방문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덤블도어는 가벼운 어조로 질문했지만, 해리는 그가 마법부의 개입을 최대한 피하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즈 장관도 그 의도를 감지한 듯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무디에게 시선을 돌렸다.
“알리스터, 당신도 불의 잔 같은 강력한 마법 물건이 조작되어, 고작 열네 살의 소년을 네 번째 챔피언으로 만든 일을 단순한 '학교 사건'이라 생각해요?”
무디는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절대 아니지.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이는, 어릴 적 덤블도어보다도 더 강력하고 교활한 자여야 해. 학생이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명백히 악의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봐야지”
오러들은 무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덤블도어와 맥고나걸은 서로 당혹스러운 눈빛을 교환했다. 반면, 해리는 짧게 미소 지었다가 곧바로 표정을 다잡았다.
본즈 장관은 다시 덤블도어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어떤 조사를 하셨습니까? 용의자는 있습니까? 제가 아는 바로는 이 성 안에 과거가 의심스러운 인물들이 여럿 있습니다.”
“내 학교의 모든 이들은 내 신뢰를 받고 있네.” 덤블도어는 위엄 있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제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본즈 장관은 단호하게 응수했다. “그리고 손님들은 어떻습니까? 조사하셨습니까?”
“덤스트랭과 보바통 교수진을 심문하려 했으나, 덤블도어가 증거 없이 그럴 수는 없다고 했었지.”무디가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물론 그래야지요, 무디 교수님. 그들의 숙소에서 어떤 위반도 발견되지 않았으니까요.”
맥고나걸은 피곤한 기색으로 반박했다. 해리는 두 사람이 이 문제로 여러 번 논쟁했음을 눈치챘다.
“하지만, 지금처럼 외국 손님이 많은 시기에 범인이 호그와트에 잠입하지 않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시리우스 블랙도 작년에 아무 흔적 없이 두 번이나 침입했습니다.”
본즈 장관의 말투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현세기 최고의 마법사'라 불리는 덤블도어도 마땅한 반박을 하지 못했고, 맥고나걸 역시 말이 없었다. 해리는 간절히 제 대부를 변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그는 주먹을 꼭 쥐고 시선을 바닥에 고정시킨 채, 얼굴을 숨겼다. 무디는 긴장감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듯 여전히 무표정했다.
본즈 장관은 마지막 일격을 날리듯 단호하게 선언했다.
“저는 마법 사법부 장관으로서 이번 사건을 단순한 사고가 아닌, 트라이위저드 대회 참가자뿐 아니라 보바통과 덤스트랭 학생 및 교직원 전체에 위협이 되는 중범죄로 간주합니다. 이는 대회의 원래 목적을 해치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따라서 본 부는 즉시 수사를 개시하며 범인을 검거하겠습니다.”
“아멜리아, 나는 이 학교의 교장으로서, 호그와트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이 있네.”
덤블도어는 곧바로 반박했다. 맥고나걸, 두 오러, 무디 모두 그의 말에 시선을 모았다. 해리는 교장과 사법부 장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교수님의 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 조카 수잔은 입학 이후 매년 심각한 위험에 처했습니다. 1학년에는 트롤 난입, 2학년에는 슬리데린의 후계자와 바실리스크, 3학년에는 디멘터와 시리우스 블랙의 침입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 사건은 공식 보고 없이 '호그와트 내부 문제'라며 넘어가셨지요.” 본즈 장관은 말을 이었다.
“이번 사건은 더 이상 학교의 자율에 맡겨둘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 트라이위저드 대회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서는 해리 포터의 이름을 불의 잔에 넣은 범인을 반드시 밝혀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본 부서는 미스터리부와 협력하여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이것이 마법 사법부의 최후통첩임을 직감했다. 덤블도어조차도 더는 거부할 수 없었다.
“알겠네. 어떤 협조가 필요한가?”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본즈 장관은 불의 잔 회수와 해리의 기억 추출을 요청했다. 덤블도어와 맥고나걸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나무 상자 안에 든 잔을 꺼내 오러에게 건넸고, 다른 오러는 해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검은 피부를 지닌 신중한 인상의 오러였다.
“포터 군, 할로윈 밤의 기억을 추출하겠네.”
그는 다정하게 말했다. 해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주고 싶은 기억에 집중만 해 주게.”
오러가 덧붙이자 해리는 “네, 알겠습니다.” 하고는 눈을 감고 네 번째 챔피언으로 뽑혔던 순간과, 이후 챔피언들과 교수진이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차가운 지팡이 끝이 관자놀이에 닿는 느낌이 들었고, 무언가가 머리에서 끌려 나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잠시 후 눈을 뜨자, 은빛 실 한 가닥이 작은 병에 담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기… 그날 밤과 관련된 다른 기억이 하나 더 있어요. 그것도 보여드릴 수 있을까요?”
해리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그의 직감은 그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오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지팡이를 들어 또 하나의 은빛 실을 추출했다.
이윽고, 본즈 장관과 두 명의 오러는 벽난로를 통해 교장실을 떠났다. 무디는 동행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덤블도어는 마치 학교에 대한 자율권을 빼앗긴 듯 낙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맥고나걸은 말없이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무디의 마법 눈동자는 바쁘게 움직였지만, 그는 침묵을 지켰다.
해리는 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떠나도 되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선생님들을 힐끔거리며 신호를 기다렸다.
마침내, 덤블도어가 오후 수업에 가라고 지시했고, 해리는 망설임 없이 교장실을 빠져나왔다.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했다. 예상대로 마법 사법부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해리는 그들이 하루빨리 범인을 찾아내길 간절히 바랐다.
작가의 변
5권을 읽은 후, 덤블도어는 멍청한 퍼지 총리가 아니라 아멜리아 본즈 마법 사법부 장관과 협력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도 처음에는 불의 잔을 혼란시킨 범인을 금방 찾을 수 있으리라 믿었겠지만 사건이 계속 생기는 걸 보면서도 처음 입장만을 고수한 것을 보면 덤블도어의 비밀주의가 일을 키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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