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일 떠나요."
가을이 마치 내일 만나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가볍게 말하자 이정은 어이가 없었다.
"뭐?"
"귀 먹었어요? 나 내일 한국을 떠난다구요."
"갑자기 왜?"
이정이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자 가을은 생긋 웃었다.
"좁은 한국땅 떠나 내 꿈을 펼치러 가는 거에요.
소이정씨 내가 없으면 앞으로 속이 후련하겠네요. 그쵸?"
"어디로 가는 건데?"
"왜요? 설마 따라오려구요?"
이정은 가을이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자 할 말이 없어졌다.
가을은 다시 웃으면서 작별 인사를 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소이정씨 덕분에 난 첨으로 가슴설레이는 경험도 했고, 최선을 다해 사랑을 했어요.
나도 나중에 떠올릴 추억을 갖고 가게되어 정말 기뻐요."
이정은 말없이 웃으며 작별인사를 하는 가을을 바라봤다.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그리고 꼭 소울메이트를 만나길 바래요."
가을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정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정은 뭐냐는 표정으로 가을을 보자, 가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뭐에요, 나 이제 떠나는데 잘가라는 악수도 안해줄 거에요? 치사해."
가을의 투정에 이정은 어색하게 일어나 악수를 했다.
지금 가을의 손은 따듯했다.
"건강해."
이정은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웃으면서 이별을 통보한 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늘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국을 떠난다고 하니 가슴 한 편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왜 드는지 알 수 없었다.
가을은 이정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쿡쿡 웃기 시작했다.
"설마 내가 울지 않는다고 서운해하는 거 아니죠?
난 끝난 것에는 미련을 두지 않아요. 난 이제 겨우 첫사랑을 끝낸 거 뿐이고 앞으로 다가올 인연을 기다리고 있다구요.
신파가 싫다고 말한 건 소이정씨였던 거 같은데 아니었나보네요. 큭"
가을은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더니 이정에게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나중에 잔디랑 구준표씨 결혼식때나 보자구요. 꼭 행복해야 해요."
이 말을 끝으로 가을은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 이정의 곁에는 내일 비가 오려는지 수분을 잔뜩 머금은 바람만 스쳐지나갔다.
6월의 밤, 그렇게 가을은 이정을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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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합격한 후 조기졸업을 할 때까지 3년 반동안 도예실을 들락거렸던 가을이었다.
이정이 자신을 반겨준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러더니 오늘은 불쑥 데이트를 하자고 끊임없이 졸라대서 남산으로 함께 올라왔었다.
6월말, 신록의 푸르름을 만끽하면서 산책로를 걸었던 가을과 이정은 내려오는 길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았었다.
잠시 풍경을 보던 가을은 가방에서 mp3 플레이어를 꺼내고는 이정의 귀에도 이어폰을 꽂아주고 음악을 틀었다.
뭐하는 거냐고, 무슨 노래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이정은 흘러나온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 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은 이별로 받아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두겠소. 행여 이 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보아도 사실 그대 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 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가오.
"정말 노래 좋죠?"
가을은 이정의 귀에서 이어폰을 떼어내며 말했다.
데이트하자고 조르고는 이별 노래를 같이 듣다니... 약간 황당하다 싶어 이정은 가을의 얼굴을 바라봤다.
가을은 평소처럼 밝은 얼굴로 종알종알 노래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난 이 노래가 이별에 대한 노래 중 최고로 곱고 아름다운 노래라고 생각해요.
세상 사람들이 다 이렇게 헤어지면 세상이 참 평화로울 텐데 말이죠. 큭"
"제목이 뭐야?"
"김광진의 편지에요. 이 노래 실화인 거 알아요?"
"뭐? 이게 실화?"
약간 놀랐다는 반응을 보인 이정을 보며 가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씩 웃고는 신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도 얼마전에 블로그를 보고 알았어요.
이 노래를 작곡한 김광진씨는 무명시절에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는데 여자집에서 반대가 심해서 결국 다른 남자랑 선을 봤대요.
김광진씨가 선봤단 말을 듣고 열받아서 당장 여자를 찾아갔는데 그 맞선남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여자를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았더래요.
그래서 화도 못내고 오히려 맞선남에게 여자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 울면서 돌아왔대요.
결국 맞선남이랑 여자랑 모두 고민 많이 많이 하게 됐는데 맞선남은 곧 유학을 가야해서 같이 떠나자고 했대요.
그런데 여자는 고민끝에 김광진씨를 선택했대요.
그 맞선남은 자기가 없어도 충분히 좋은 여자 만나 잘 살거 같지만 김광진씨는 자기가 없으면 안될 거 같다고.
그래서 맞선남은 외국으로 떠나면서 사랑하는 여인이 얼마나 마음아파하는지, 그 사람에게 돌아가고 싶어하는지 알기에 자신이 떠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부디 행복하길 바라며 떠난다고 편지를 남겼대요.
그게 이 노래 가사가 된 거에요. 정말 감격적인 이야기죠?"
이정은 멍하니 가을의 이야기를 들었다.
은재가 형의 연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자신이 얼마나 가슴아파했던가...
그 때의 아픔이 갑자기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많이 가슴이 아팠을 거야. 떠난 사람은..."
"그렇겠죠. 하지만 분명히 그 사람도 자신의 인연을 만났을 거에요.
정말 좋은 사람이고 현명한 사람이니까요."
"현명하다고?"
"자신의 인연이 아님을 알아보고 물러났잖아요.
때론 사람들은 뻔히 보이는 결과를 어리석게 받아들이길 거부하잖아요.
그런다고 되는거 아닌줄 알면서 말이에요."
"그건 현명함이랑 상관 없는 거 같은데?"
"자신의 마음이 집착이라는 걸 알정도로 자기 객관화가 된다면 현명한 거죠."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난 그렇다고 봐요. 나도 내 인연이 아니다 싶으면 그렇게 깨끗하게, 우아하게 물러날 거에요."
"굉장히 마음이 아플텐데도?"
"그래도 아닌 건 아닌 거에요. 내 것이 아닌데 탐내면 결과는 비극일 뿐이라구요."
단호하게 말하는 가을이지만 표정은 부드러웠다.
어느 새 긴 여름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정과 가을은 말없이 저녁노을을 바라봤다.
노을이 지고 나면 가을이 이별을 통보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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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가을은 철제상자에 무언가를 차곡차곡 넣고는 자물쇠를 채웠다.
상자를 보는 가을의 표정은 후련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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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늦은 아침, 인천공항에 가을의 가족과 잔디가 가을을 배웅하기 위해 출국장앞에 서있었다.
"도착하면 전화해라."
"몸 건강하고, 먹는 것 소홀히 하지 말고."
"언니 멋진 남자친구 만들어."
"응, 이왕이면 주드 로나 니콜라스 홀트같은 영국 꽃미남이면 좋겠는데 말야."
"가을아, 너라면 가능할 거야. 영국 남자들은 너처럼 아담한 체격의 청순한 동양여자 좋아한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아님 제라드같은 축구선수도 좋은데."
멋진 영국남자를 낚으라는 가을의 동생과 잔디의 덕담에 가을은 웃으면서 맞장구를 쳤다.
가을의 부모는 그런 대화를 들으면서 어이가 없었지만 웃으면서 가을을 격려해주었다.
마지막으로 가을은 가족과 잔디를 끌어안고 웃으면서 출국장으로 들어갔다.
가을의 얼굴은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빛이 났다.
오히려 떠나는 가을의 뒷모습을 걱정스럽게 본 사람은 잔디였다.
'이정 선배, 가을이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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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떠난 지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잔디가 환하게 웃으며 F4 아지트에 들어왔다.
지후는 잔디의 환한 얼굴을 보고 감을 잡은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짜증섞인 얼굴로 서류를 보던 준표는 반갑게 잔디를 맞아주었다.
"어이 잔디밭 어서와~"
"싱글벙글인 거 보니 좋은 일 있나보다?"
"가을이한테 편지가 왔나보네."
"지후 선배, 정답이에요."
잔디는 의자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가을의 편지를 꺼냈다.
"선배 조언 덕분에 좋은 공연 봤다고 고맙다고 전해달래요."
잔디는 지후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보여줬다.
가을이 로열 알버트 홀에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우빈과 함께 당구를 치던 이정은 잔디와 지후의 곁으로 가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들여다 봤다.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사진 속 가을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서운한 기분이 들었다.
가을이 영국으로 떠난 후, 이정은 알 수 없는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이정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을에 대한 이야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어쨌든 대단해. 영국 외무성 장학금을 받았으니까 말야."
"맨날 이정이 도예실 드나들었던 걸로 아는데 언제 그렇게 공부했나 몰라."
"선배, 우리 가을이 얼마나 똑똑한 앤데요. 일단 집중하면 옆에서 미사일을 발사해도 모른다구요."
"나중에 한국에 돌아오면 일심으로 스카웃할까봐."
"내 생각엔 우리 재단으로 오는게 더 나을 거 같은데. 선진국 스타일의 문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할 거 같아."
"문화 생활을 즐기는 건 좋지만, 난 우리 가을이 빨리 남자친구 생겼음 좋겠어요.
한국인이든 영국인이든 상관없는데."
잔디의 마지막 말이 이정의 심기를 건드렸다.
가을에게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긴다라... 상상만 해도 속이 뒤집히는 거 같았다.
"내 생각으론 가을이는 아주 부드러운 영국 남자를 만날 거 같아.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나 휴 그랜트같은 스타일이면 가을에게 딱인데 말이지."
우빈의 맞장구에 이정은 점점 더 신경질이 나기 시작했다.
"혹시 알아? 잔디말처럼 훈남 축구 선수를 만날지.. 케빈 도일이라고 했던가? 그런 스타일 어울릴 거 같던데."
지후까지 가세하자 말없이 듣고 있는 이정은 인내심이 바닥나는 것 같았다.
여기 더 있다가는 소리라도 지를 것 같아서 라운지 밖으로 나가버렸다.
'쾅'소리를 내며 밖으로 나간 이정을 보고 F3와 잔디는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러게 곁에 있을 때 잘하지...쯧쯧"
"고집불통이니 그런 거지."
"이래서 가끔은 떨어져봐야 한다니깐. 그래야 본심이 나오는 거야."
"조만간 소이정이 영국으로 가을이 찾으러 간다에 천달러 건다."
가을은 완전히 지친 얼굴로 퀸즈 콜리지 교정을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해도 전세계 수재들과 함께 영어로 공부한다는 것은 역시 힘들었다.
미리 6월말부터 건너와서 준비를 했다고 해도 막상 대학원 석사과정을 시작하니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찼다.
지난 여름의 여유로운 생활이 다 까마득한 옛일 같았다.
힘없이 계속해서 걷다가 강에서 펀팅을 하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씩씩하게 노를 젓는 어린 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다시 기운이 나는 것 같았다.
가을의 발걸음이 평소처럼 가벼워졌다.
그렇게 옥스포드의 오래된 돌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가을의 발걸음이 멈췄다.
가을의 눈앞에 이정이 서있었다.
평소의 수트차림이 아닌 옥스포드 학생같이 청바지에 옥스포드 셔츠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잠시 헛것이 보이나 싶어서 가을은 재빨리 빈손으로 눈을 비볐다.
하지만 이정은 사라지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가을을 바라봤다.
"그동안 잘 지냈어?"
이정의 목소리를 들은 가을은 멍하니 있다 천천히 정신을 차린 듯 말을 하기 시작했다.
"소이정씨, 영국에 전시하러 왔어요?"
이정은 씩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가을은 이정이 자신에게로 한걸음씩 다가오는 모습을 바라만 봤다.
이정은 가을과의 거리가 발걸음 하나 정도로 좁아지자 꽃다발을 앞으로 들었다.
"아니, 그대 만나러 왔지."
"예?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거에요?"
이정은 못믿겠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가을의 얼굴을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었다.
"우리 사이 제대로 시작하자는 말을 하고싶어서 왔어."
"뭐라구요?"
"그대는 우리가 인연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 안해."
"무려 3년하고도 반 동안 나 쳐다보지도 않았잖아요.
그런데 내가 영국에 온지 겨우 3개월밖에 안되서는 제대로 시작하자고 말을 해요?
내가 없어서 심심했나보네요."
비아냥 거리는 가을의 말투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이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대는 내게 공기같은 사람이었어.
그래서 내 곁에 있는 거 당연하게 생각했어. 그런데 그대가 떠나버리니 숨을 쉴 수 없는 거야.
그제서야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알게 됐어.
소이정에게 추가을은 공기라는 걸, 그 공기가 없다면 살 수 없다는 걸 이제 알았어."
가을은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이정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금 이정이 장난치지 않는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쩌죠? 내가 설령 소이정씨 마음 지금 받아준다 해도 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데.
이제 막 공부시작했다구요. 죽어라 공부해서 따낸 장학금 남주기도 싫구요."
"기다릴게."
너무나도 간단하게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이정의 대답에 가을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기다린다고요? 2년을요?"
"그대는 3년 반을 기다려줬잖아. 그깟 2년 기꺼이 기다릴게."
"정말요? 2년동안 장거리 연애를 하자구요?
천하의 소이정씨한테 그게 가능하겠어요?"
"영국에서 종종 전시하면서 자주 보러 올게. 그대도 여름 방학땐 한국으로 들어올 거고.
지후도 민서현 잘 기다렸으니깐 나도 노력할게."
가을은 한참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했다.
그런 가을을 보며 이정은 겉으로는 여유로운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바싹 타들어갔다.
마침내 가을이 웃으면서 이정을 바라봤다.
"좋아요. 뭐, 이렇게 찾아온 정성을 봐서라도 소이정씨한테 기회를 줄게요."
이정이 다시 한 번 가을의 눈앞에 꽃다발을 내밀었다.
가을은 꽃다발을 받자마자 바로 향기를 음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정이 자신을 향해 얼굴을 내려오자 재빨리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단, 조건이 있어요."
"무슨 조건인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이정에게 가을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조건을 말했다.
"일단 절대로 내 공부 방해하면 안돼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도서관이나 집에서 공부할 때엔 말도 걸지 말아요."
"알았어."
"그리고 얼른 한국으로 돌아오라느니 그런 말도 절대 하지 말아요."
"절대 안할게."
"맹세하는 거죠?"
"맹세할게."
"좋아요."
가을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이정을 바라보았다.
이정은 꽃다발과 책을 들고 있느라 손을 쓸 수 없는 가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는 길고도 따듯한 입맞춤을 나눴다.
지나가는 학생들과 관광객들은 이 동양인 연인을 보면서 부러움 또는 따스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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