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드라마

사랑 후에 오는 것들(드라마)

지혜의 여신 2024. 10. 29. 22:27

20여년 전 신문에 연재했을 때부터 원작 소설의 팬이었기 때문에 영화화를 손꼽아 기다렸다.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도 나름 맘에 들기도 했고^^

그러다 드디어 내 소원이 더 좋게 실현되었다. 2시간짜리 영화보다 6부작짜리 드라마가 백만배 낫다고 만세를 불렀다.

다만 문제는 하필이면 쿠팡 플레이에서 상영을 한다는 거......

윤리적 소비를 위해 쿠팡을 쓰지 않았던 내가 드라마를 위해 가입하는 것은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무려 내 사랑 수원삼성 중계방송도 안보는데!!!

그러던 중에 내 성격과 함께 이 드라마를 매우 보고 싶어하는 걸 알던 언니가 어둠의 경로를 알려줬다^^

 

그리하여 6부작을 매일 한 회씩 일주일간 보고 정리한 내 느낌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배우를 정말 잘 골랐다.

소설 속의 홍과 준고가 정말로 살아 숨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원작 소설의 묘사를 정말 잘 살렸다.

딱 하나 다른 점은 소설에서 처음에 빙하의 단면이 잘린 듯한 서늘한 느낌을 주던 준고 대신 귀여운 대형 멍멍이 같은 준고가 나온 거 뿐이다^^

 

2. 2024년에 맞게 잘 각색했다.

원작 소설에서는 홍이 불만이 폭발해서 "너희 일본인은 왜 사과도 안해!"라고 외치면서 준고는 졸지에 일본인 대표가 되었고 홍은 한국인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반일 감정이 투철하셨던 한글학자 홍의 할아버지의 존재를 지워서 한일 역사 갈등의 소지를 아예 없애버렸다.

처음 준고를 만났을 때가 1997년이라 홍은 일본 남자와 동거하는 문란한 여자라고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나면서 홍은 배척받았기 때문에 정말로 맘 터놓고 대화할 사람이 준고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3. 내가 좋아했던 대사가 다 나왔다.

사실 여자편을 먼저 읽고 남자편을 읽은 다음 느꼈던 마음은 '남자 편이 더 재미있다. 하지만 마음에 남는 대사는 모두 여자 편에 있다'였다.

좋아하는 대사가 나레이션을 통해서 나오기도 하고 대사로 직접 나오기도 했는데 아주 좋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민준이가 남사친에서 약혼자로 신분이 상승하는 바람에 홍이 준고가 자신 때문에 고통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한 것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4. 가을에 어울리는 정통 멜로 드라마다.

작년에는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있었는데 올해는 이 드라마가 나왔다. 정말 사랑이 무엇인지 잘 보여줘서 참 좋았다^^

한국 멜로 드라마의 단점인 조연의 훼방도 없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