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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한국어_문지혁

지혜의 여신 2023. 8. 13. 16:47

한국어 교사로서 매우 큰 기대를 안고 대출예약을 한 끝에 빌려서 읽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 소설은 '초급 한국어'와 달리 외국인에게 중급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고 한국 대학교에서 한국 학생들에게 글쓰기 교양 수업을 하는 이야기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말하면, 주인공 지혁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헤어진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 결혼한다.

등단을 하지 못해 대학교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면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딸아이는 다섯 번의 시도끝에 얻게 된다. 

현재인 2021년은 코로나 시국인데 결국 부인이 먼저 코로나에 걸리고 부인이 격리 해제되는 날 딸이 확진이 되는데 희안하게 지혁만 계속 음성으로 남게 된다.

두 번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 책을 내지만 첫번째 책인 SF소설은 완전히 망하고, 두번째 책은 문단에서 인정받는 유형의 단편 소설 여덟편을 묶어서 출판하는데 작품성은 인정받아도 잘 팔리지 않는다.

 

글쓰기를 위해 텍스트로 사용하는 소설이 여러권 있는데 내가 읽지 않은 소설이 많았다. 카프카의 변신이라던가 내 기준으로 완전 쓰레기인 주인공 구로프가 나오는 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그리고 앞으로 내가 참조하게 될 것 같은 소설 "애도 일기"가 좀 기억에 남는다.  

 

재미있는 내용은 자가격리중 재미없는 줌 수업에서 아이가 튀어나오자 학생들이 모두 화면을 켜고 하트를 날리는 장면과 4주 격리된 작가가 결국 '초급 한국어'를 작성하는 모습이었다.

덕분에 나는 주인공 지혁이 소설 이후에 해피엔딩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한다.

자연 임신으로 둘째가 태어나고 '초급 한국어' 소설 성공으로 등단한 작가가 될 테니까 말이다.

 

한때 작가를 꿈꿨던 입장에서 성공한 작가는 등단을 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작가는 그냥 책을 낸 사람이 된다는 말도 재미있었다. 요즘처럼 누구나 출판할 수 있는 세상이라 그런 말이 나온 건지 아님 원래 자비 출판이란 말이 있으니 예전부터 있던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책을 낸다고 작가가 될 수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글을 쓰고 싶으면 일기가 아닌 저널을 쓰라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일기는 그냥 기록이지만 저널은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반복적으로 쓰는 글이다. 그리고 세밀하게 관찰하고 구체적으로 쓰라는 조언도 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내가 만약 해외에 한국어 교사로 파견을 나가면 "초급 한국어"를 사둬야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