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설레는 젊음 하나로 그땐 그랬지
참 느렸었지 늘 지루했지
시간아 흘러라 흘러 그땐 그랬지
시린 겨울 맘 졸이던 합격자 발표날에 부둥켜 안고서
이제는 고생끝 행복이다 내 세상이 왔다 그땐 그랬지
참 세상이란 만만치 않더군
사는건 하루 하루가 전쟁이더군
철없이 뜨거웠던 첫사랑의 쓰렸던 기억들도 이젠 안주거리
딴에는 세상이 무너진다 모두 끝난거다 그땐 그랬지
참 옛말이란 틀린게 없더군 시간이 지나가면 다 잊혀지더군
참 세상이란 정답이 없더군 사는건 하루하루가 연습이더군
밤새워 뒤척이며 잠 못들던 훈련소 입소전날
술잔 나누면서 이제는 남자다 어른이다 다시 시작이다
그땐 그랬지
시린 겨울 맘 졸이던 합격자 발표날에 부둥켜 안고서
이제는 고생끝 행복이다 내 세상이 왔다 그땐 그랬지
철없이 뜨거웠던 첫사랑의 쓰렸던 기억들도 이젠 안주거리
딴에는 세상이 무너진다 모두 끝난거다 그땐 그랬지
아침에 문득 출근하는데 이 노래가 떠올랐다.
가요계 황금시대였던 1990년대 그 중에서도 후반에 나왔던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이 '그땐 그랬지'라는 노래를 세상에 선보였다.
카니발은 전람회의 김동률과 패닉의 이적이 만들었는데 내 기준으로는 서정성이 강했던 김동률과 사회 의식 같은 날카로움이 있던 이적이 의기투합했다는 사실이 꽤나 신기했다.
20대 초중반의 두 젊은이는 당시 가요계에서 매우 잘나가는 듀엣을 이끌었다.
게다가 서울대와 연세대라는 좋은 학벌과 뛰어난 작사 작곡 능력, 높은 음반 판매량을 자랑하는 요즘 말로 하면 '엄친아'이기도 했다.
나 역시 엘리트였던 이 두 사람을 몹시도 좋아했던 터라 라디오에서 이 노래를 듣고선 주저없이 테이프를 샀다.
종종 이 노래를 들으면서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대학 합격의 기쁨을 표현했던 가사에 가장 공감을 했다.
내가 어린날부터 원하던 대학은 아니었을지라도 원하던 학과로 들어갔던 나는 재수를 안해도 된다는 안도감과 함께 정말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 굳세게 믿었다.
원하던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장학금도 타고, 대학 생활의 낭만도 누리고, 멋진 남자도 많이 만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막상 대학생이 되니 학과 공부는 재미있어도 동아리 활동과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 내 학점은 장학금과는 거리가 멀었다.
연애는 여성학 책을 잘못 읽어 남성불신증이 생긴 바람에 자아실현에 우선하느라 뒷전이 되어버렸다.
철없는 새내기시절 짝사랑하던 이웃학교 오빠는 있었지만 어쩔 줄을 몰라 다가가지도 못하고 못했고, 잠시 호감을 보였던 친구도 그냥 쉽게 포기해버렸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으며 꾸미는 것에도 소홀히 해서 내가 그나마 마음에 들어하던 남자들은 내게 접근하지 않았고 미팅이나 소개팅 제의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대학생활에서 내가 바라던 것을 모두 다 얻지 못한 서운함이 컸고 그렇기에 이 노래는 금방 와닿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항상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앨범을 발표하고 시간이 지나 새해가 되자 카니발은 대가수 양희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초대손님으로 나왔다.
제일 먼저 이 노래를 틀어준 후 양희은씨는 아주 가소롭다는 말투로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잔뜩 꼬리를 내린채 이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난 라디오를 들으면서 잘 나가던 청년 엘리트 가수 둘이 산전수전 다 겪은 대가수와 대화하는 모습이 마치 호랑이 앞에 앉아 바짝 긴장하는 어린 고양이 두 마리 같을 거라고 상상하며 방긋 웃었다.
지금 이 노래를 다시 들어도 좋은 건 이제 공감할 게 더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래가 여전히 좋아서이기도 할거다.
조금은 특이했던 이적과 저음이 좋은 김동률의 목소리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흘러나오는 복고풍 브라스 소리가 지금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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