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책

하루만의 위안

지혜의 여신 2009. 9. 30. 13:26

하루만의 위안

                              조병화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데 있고

흘러가는 한줄기 속에

나는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 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 날이 온다.

 

그 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 날을 위하여 바쳐온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 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중학교 때였을까... 라디오에서 '마로니에'의 노래를 듣고 원래 시였다는 말에 참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가 어쩐지 비장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가을에 어울리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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