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기억의 주인

기억의 주인_작가 코멘트

지혜의 여신 2009. 6. 28. 22:52

안녕하십니까 미네르바입니다.

 

궁금해하실지는 몰라도 약속드린 대로 제 글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좀 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제목을 보고 아시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원래 '기억의 주인'이라는 SBS 단막극이 있었습니다.
2000년정도로 기억하는데 송지나 작가의 러브 스토리 연작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이었습니다.

약혼녀를 잃고 염세적인 사람이 된 김태우를 도서관 사서 박상아가 사랑하게 된 내용이었습니다.
근데 박상아는 김태우의 죽은 약혼녀 송선미의 심장을 이식받아서 김태우집 근처로 이사도 가고, 송선미의 취미였던 요요 돌리기, 색깔 큐브 맞추기, 홍차 마시기 등의 새로운 버릇이 생기게 됩니다.
추가로 5회에 나온 자전거 세계일주 꿈도 같이 가져왔습니다.
김태우는 박상아에게서 죽은 약혼녀의 흔적을 발견하고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집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박상아가 지혈이 안되는 과정에서 치료를 받느라 박상아는 심장이식수술 사실을 얘기하고, 김태우는 같은 날 약혼녀가 죽으면서 심장을 기증했다는 말을 하면서 전환점을 맡게 됩니다.
박상아는 일단 김태우가 약혼녀를 잊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런 노력으로 김태우는 상처를 치유받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박상아는 김태우가 죽은 약혼녀를 자꾸 떠올리는 바람에 점점 더 힘들어지게 되고 결국 김태우는 모든 사실을 알고는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여행 중 김태우는 사고를 당하고 박상아가 병원으로 달려오지만 김태우는 떠나버립니다.
박상아는 김태우에게 꼭 살아야한다고, 돌아오라고 메일을 보내고 그 메일을 읽은 김태우는 오랜 방황을 끝내고 돌아옵니다.

 

그다지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만 저로서는 정말 인상적인 단막극이었습니다.
제목이 '기억의 주인'인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까지 안아줄 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작품설명에 나와있더군요.

 

꽃보다 남자를 보니 이 내용을 각색하면 아주 재미있겠다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원작이 2부작 단막극이었던 관계로 저도 길어야 5회정도면 끝날 줄 알았는데 처음에 분량 조절에 실패하고, 점점 길이가 늘어나면서 무려 20부까지 갔습니다.
미리 각색작이라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빨리 끝날 줄 알고 말을 안했는데 도용 문제도 불거지고 해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제 소설을 다 읽어보신 분들은 대충 눈치채셨겠지만 드라마를 차용한 부분도 몇 가지가 있습니다.
인물은 드라마와 똑같습니다.
다만, 준표와 잔디의 만남과 사랑쟁취를 위한 우여곡절의 시간을 고3/고2 1년으로 조정했습니다.
가을은 심장병때문에 알바도 못한 관계로 고교시절에는 F4와 한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F4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준표는 강회장의 허락을 받아 잔디와 교제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정은 은재도 신화대에 진학하게 되자 다시 만날 인연이라 믿고 뒤늦은 고백을 통해 2년간 캠퍼스 커플이 됩니다.
그리고 고3때 잔디는 죽집알바를 통해 알게 된 지후의 할아버지네 진료소에서 일을 하면서 의사가 아닌 사회복지사의 꿈을 꾸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드라마처럼 지후와 할아버지를 재회시키고 다시 살게 하는데 성공합니다.

 

잔디와 가을 모두 신화대 사회대에 진학을 하게 되지만, 가을은 어머니의 교통사고 사망으로 받은 쇼크때문에 1년안에 심장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휴학을 합니다.
잔디가 1학년을 마친 12월, 은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가을은 심장이식 수술을 받아 새생명을 얻게 됩니다.
이정은 1년간 해외 전시를 나가고, 가을은 사회대 새내기가 되며, 잔디는 사회복지학과로 진학합니다.

제 소설의 시작은 그로부터 1년 후 잔디와 가을이 각각 2학년, 1학년을 마친 겨울방학부터 시작합니다. 
이정은 1년내내 해외전시를 나갔지만 인터넷 수강 등등을 이유로 3학년 학점을 인정받습니다.
어차피 F4니까요 ^^;; 일본으로 도망갔던 4학년 1학기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이정은 학점을 다 인정받았습니다.

 

제 소설은 드라마의 명대사를 많이 가져왔습니다.
아울러 드라마에 나온 시도 같이 써먹었는데 그게 바로 천상병 시인의 귀천입니다.
물론 제 소설 6회와 17회에 나온 성경구절도 드라마에 다 인용했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나름 제가 좋아했던 노래를 넣어서 나름 복선으로 삼거나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데 사용했습니다..
눈치채신 분들이 얼마나 많으셨는지 모르겠네요.
다 워낙 좋아하는 노래들이라 소개해드립니다.

 

8회: 와인바에서 흐르는 곡은 The Calling의 Wherever you will go입니다.
    이때 이정은 이 노래를 들으며 은재가 가을의 몸을 통해 다시 자신에게 왔다고 믿고, 가을은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11회: 지후가 연주했던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봄의 꿈'은 가을과 이정의 이별을 예고합니다.
      이 부분은 13회에 시를 소개하면서 다들 눈치채셨으리라고 믿습니다.

 

13회: 카페에서 가을이 눈물을 흘리게 한 노래는 일기예보의 소원입니다.
      소설에 인용한 부분이 딱 가을의 마음 같아서 오래전부터 낙점을 해뒀습니다.
      마지막에 방청소 후 울면서 듣던 노래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So GoodBye입니다.
      가사가 여전히 이정을 사랑하는 가을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듣자마자 바로 가사를 긁어온 곡입니다. ^^;;

 

14회: 지후가 가을에게 들려주는 존 디울런드의 라크리메는 제목이 지후 말대로 눈물이란 뜻입니다.
      많이 울었던 가을의 상태를 보여주었는데, 이 곡은 최근 리처드 용재 오닐의 비올라 연주로 접했습니다.
   
15회: 이정이 일본 호텔바에서 들었던 노래는 Queen의 Too much love will kill you입니다.
      가사가 하늘로 떠난 은재와 자신을 위로한 가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스스로를 속이고 가을과 이정 모두 상처입었던 상황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원래 이 노래는 자동차 CM송으로 나왔는데 가사가 이정이한테 써먹기에 딱 좋아서 매우 좋아라했습니다. ㅋㅋ

 

18회: 노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가을이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답니다.

 

19회: 지후가 연주하는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노트 - 미뉴엣 G장조는 이정이 은재에 이어 가을을 두 번째 사랑으로 만나게 됨을 의미합니다.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다 싶으신 분들은 영화 '친니친니'에서 금성무가 좋아했던 피아노 연주곡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이 노래를 재즈풍으로 편곡한게 Lover's Concerto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접속에 삽입되어 유명해졌죠.
      친니친니에서 진혜림이 불렀던 버전도 꽤 많이 사랑을 받았죠

 

20회: 지후가 가을에게 불러준 노래는 김태우(015B의 아주 오래된 연인을 부른 가수)의 '나를 떠나보내려는 너에게'입니다. 가을에게 자신을 잡아달라고 부탁하는 이정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써먹었죠. 물론 지후는 가을에게 이정의 마음이 이러니 붙잡아라, 이런 의도로 불렀구요.

 

에필로그: 10월의 어느 멋진 날. 뭐 대놓고 쓴 곡이니 다들 이정과 가을의 행복한 마음을 확인하시리라 믿습니다 ㅋㅋ
           

그 외에 제가 나름 상징(?)으로 써먹은 게 꽃입니다.
은재의 탄생화인 은방울꽃은 이정의 말대로 은재에겐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되었구요.
로즈마리는 기억을 뜻하는데 이는 이정의 가을에 대한 기억을 의미합니다. 물론 에필로그에 나온 것처럼 가을이 이정을 살려준 것도 있고, 가을의 정절도 상징합니다.
햄릿의 오필리아는 미친 상태에서 로즈마리꽃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햄릿이 자신을 기억해주길 기원합니다.
라벤다는 로즈마리와 반대로 기억력을 떨어뜨립니다. 이정이 에필로그에서 은재에게 라벤다꽃을 바친 것은 앞으로 은재를 잊겠다는 의지를 암시합니다.

 

제가 묘사, 특히 연인간의 절절한 감정이라던가 스킨쉽 등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나름 노래나 시, 꽃을 이용해서 은유를 많이 하려고 했는데 재미있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때 서양미술사강의를 들었는데 중세시대 성당의 그림들은 매우 상징(알레고리)를 적극 활용합니다.
예를 들면 백합은 성모의 사랑, 사자는 대천사 마르코를 상징하는 것처럼요..
거기에 받은 영감을 엉뚱하게 소설에 써먹은 거죠 하하하 ^^;;

 

마지막으로 써먹은 건 영화대사입니다.
4회에서 인용한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시리우스가 해리에게 했던 대사는 죽음이 영원한 이별이 아님을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이별이 없어. 늘 곁에 살아있지. 이 속에" (The ones that love us never really leave us. And you can always find them in here.)
이 때 시리우스가 해리의 가슴에 손을 올리면서 해리의 가슴속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숨쉰다고 달래준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중 하나랍니다 (+o+)

 

마지막회에서 가을이 이정의 가슴에 손을 올리면서 멍든 가슴을 치유해주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위대한 유산을 따왔습니다.
에스텔라가 떠난 후 핀은 에스텔라의 양어머니를 찾아가 그녀의 손을 자신의 가슴위에 올려놓고 자신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토로합니다.
"이게 뭔지 아세요? 제 가슴이에요. 멍든 가슴이에요." (Give me a hand, my heart, it's broken.)


제가 요 장면에 홀라당 넘어가서 가을이가 이정이의 가슴 속 상처를 앞으로 치료해줄 것임을 암시하려고 넣었답니다.

제가 앞으로 얼마나 더 소설을 쓸지 모르겠습니다만, 또 작품을 쓴다면 그때에도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찾아주세요..
(아, 그럼 너무 귀찮으실까요? --;)

 

그리고 제 변변치 않은 작품에 댓글 달아주신 분들


골목대장,  마녀의 비행,  좀더날아오르자,  네모선장,  달콤-동균,  독한은지,  알,  onlyone,  julley,  bigfish,  mars,  뽀야,  진제이,  유닝,  신애제나, 로즈마리,  정혜진, 김민희, insomnia00, 소을추종, 히리, 월태화용, young, someday, ggoma8666, 무적LG,  딸기맘, 후르츠바스켓, 진주, 별을 따는 아이, 동완이까꿍이, 모카, 콤탱이, 소녀강림, 무조건소을, 하쿠, VIP뱅뱅, Lovely-Jin

 

그리고 추천 달아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우빈의 첫사랑과 지후의 새로운 사랑을 외전으로 살짝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