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리 포터

[팬픽션] 또 다른 관점 (13)

지혜의 여신 2025. 9. 27. 17:52

1992년 여름방학(3)

 

  드디어 해리의 생일이 찾아왔다. 그러나 정작 해리보다도 이 날을 더 손꼽아 기다린 이는 시리우스와 리머스였다. 두 말썽꾼들은 십 년동안 챙겨주지 못한 소중한 꼬마 프롱스의 생일을 완벽하게 해주겠다고 굳게 다짐한 터였다. 토키 역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왔다.

 

  7 31일 아침, 해리는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 답답함을 느끼며 얼굴 위로 뜨거운 숨결이 훅훅 불어오는 것을 감지했다. 눈을 뜨자, 커다란 검은 개가 열심히 그의 얼굴을 핥고 있었다. 해리는 소리 내 웃었고, 개는 곧 시리우스로 변해 그의 손을 잡아끌며 식당으로 향했다. 식탁 위에는 더들리의 지난해 선물 더미보다도 훨씬 큰 선물 산이 쌓여 있었다. 해리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생일 축하한다.” 시리우스는 대자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 해리.” 리무스는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넸고, 선물을 풀어보라 권했다.

 

  모든 선물을 확인하는 데에는 제법 긴 시간이 걸렸다. 친구들이 보낸 다양한 선물에, 토키가 준비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해리를 가장 들뜨게 만든 것은 시리우스와 리머스가 마련한 부모님의 유품들이었다. 릴리의 일기장과 마법약·마법 관련 메모, 제임스의 애니마구스 노트까지그러나 그중 가장 흥미롭고 유용한 물건은 바로비밀 지도였다. 두 보호자는 어떻게 지도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호그와트 마지막 해에 압수당했었다는 사연을 들려주었다. 놀랍게도 그 지도를 돌려준 이는 다름 아닌 위즐리 쌍둥이였다. 그들은 1학년 시절 필치의 서랍에서 지도를 발견해 훔쳤는데 그때부터 말썽꾼들을 숭배해 왔다고 했다. 지난 학기 해리가 대부를패드풋이라 부르는 걸 들은 뒤, 말썽꾼들이 해리의 보호자임을 알게 된 것이다. 남은 두 말썽꾼들은 학교에서 지도가 얼마나 쓸모 있는지, 또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르쳐 주었다.

 

  또 하나의 귀중한 물건은 제임스와 시리우스가 쓰던 쌍방향 거울이었다. 부엉이를 통한 편지보다 훨씬 빠르고 편리하게 대화할 수 있는 도구였다. 생일을 맞은 소년은 두 보호자를 꼭 껴안으며 고마움과 기쁨을 표현했다. 기억하는 한, 가족과 함께 맞는 생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즐리 일가에게 생일은 언제나 무시당했고, 해리에게 처음 케이크와 선물을 준 이는 헤그리드였지만 그 친절한 숲지기는 가족이 아니었다. 마침내 해리는 진짜 가족을 얻었고, 함께 생일을 축하할 수 있었다. 셋은고마워천만에라는 말을 몇 번이고 주고받다가, 악튜러스 블랙이 식당으로 들어와 아침 식사 시간임을 알렸다.

 

  해리는 가족과 함께 토스트와 다양한 치즈, 베이컨, 달걀, 우유, 오렌지 주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트리클 타르트로 이루어진 아침 식사를 즐겼다. 식사가 끝날 무렵, 악튜러스 블랙은 ‘Happy Birthday, Harry’라는 문구가 새겨진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반경 3미터 안의 어둠의 마법을 감지할 수 있는 황금 펜던트가 들어 있었다. 블랙 가문의 가주는 펜던트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며 해리에게 늘 착용할 것을 권했다. 오랜 동맹이었던 플리몬트 포터의 손자는고마워요, 아크 할아버지. 사랑해요.”라며 그를 힘껏 끌어안았다. 시리우스와 리무스는 놀람과 어색함,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은 노 마법사를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아침 식사가 끝난 뒤, 스티븐이 블랙 저택을 방문했다.
그가 준비한 선물은 바로 릴리 포터 장학 재단에 관한 문서였다.

마법 세계에는 머글 세계처럼 장학 재단이나 신탁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티븐은 머글 태생 혹은 머글 환경에서 자란 마법사와 마녀들을 위해 직접 장학 재단을 설립한 것이었다. 명목상 재단의 대표는 시리우스가 맡았지만, 해리가 스물한 살이 되는 순간부터는 그가 곧장 장학 재단의 수장이 될 예정이었다.

 

  자문 역할은 플리트윅 교수가 맡기로 했다. 릴리는 그가 가장 아끼던 제자이자, 졸업 후엔 제자로 삼았던 학생이었기에 그는 기꺼이 수락했다. 처음에는 맥고나걸 교수에게 부탁할까 고민했으나 곧 포기했다. 그녀는 너무 바쁘고, 무엇보다 덤블도어와 지나치게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머스가 직접 찾아가 장학금 계획을 설명했을 때, 그들의 전 기숙사 사감이자 은사는 크게 만족하며 기뻐했다. 릴리를 기리고, 머글 세계에서 온 학생들을 돕는다는 명분은 그녀의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게다가 플리트윅을 돕겠다는 약속까지 덧붙였다.

 

  세부적인 일들은 스티븐과 리머스가 맡아 진행하기로 했다. 장학금은 머글 태생 학생들에게 마법 세계와 그 문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지식을 제공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었다. 말썽꾼들에게 가장 중요한 열쇠는 바로 혈통 검증이었다.
그래서 시리우스와 리머스는 그린고츠를 방문한 뒤 미스터리 부서까지 찾아가, 머글 태생이 마법사 조상에게서 마력을 이어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부서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서장의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그는머글 태생이 마법사나 마녀에게서 마력을 빼앗아 온다는 순혈 가문의 몇몇 주장과는 달리, 수많은 연구 결과가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릴리 포터처럼 마법사 혈통을 이어받은 후손이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혈통 검증은 머글 태생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에 따라 장학금 기금의 첫 번째 사업은, 머글 태생 혹은 머글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에게 그린고츠에서 자신의 마법 혈통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는 것이 되었다. 생일을 맞은 소년은 변호사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연거푸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스티븐은 미소 지으며 해리를 꼭 안아 주고는 조용히 저택을 떠났다.

 

  정오가 되자 생일 파티가 시작되었다. 론과 네빌은 플루 네트워크를 통해 블랙 저택에 도착했고, 헤르미온느와 엘리는 포트키를 타고 찾아왔다. 토키는 어린 주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정성껏 준비한 연회를 내놓았다. 케이크만큼은 위즐리 부인이 직접 구워 선물로 보내왔는데, 그것은 전날 헤드위그가 전해다 준 것이었다. 분위기를 더욱 돋우기 위해 시리우스와 리머스가 마법 불꽃놀이를 준비했고, 그 덕분에 이날은 해리에게 정말로 잊지 못할 생일이 되었다.

 

  아이들은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론이 버밍엄에서 치른 체스 경기 이야기부터, 엘리가 바르셀로나에서 친척들과 보낸 시간, 헤르미온느의 해변 휴가, 그리고 네빌이 새로 얻은 마법 식물들까지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해리는 자신의 이야기는 아껴두었다가 모두가 응접실로 자리를 옮긴 뒤 풀어놓았다. 론이 마지막 케이크 조각을 삼키자 아이들은 차와 다과가 준비된 응접실 소파에 둘러앉았다.

 

  그제야 해리는 고드릭 골짜기와 그린고트를 다녀온 일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특히 엄마가 혈통 검사를 통해혼혈 마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 얼마나 놀라웠는지 강조했다. 예상대로 론과 헤르미온느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네빌은 그 검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엘리는 미국에서는 꽤 흔한 일이라며, 이민 이후 혈통을 증명해야 했던 마법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리는 이어 릴리 포터 장학 기금이 설립된 사실을 알리며, 유일한 머글 태생 친구인 헤르미온느에게도 자신의 마법 혈통을 알아보라고 권했다. 헤르미온느는 마녀나 마법사 조상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 명의 순수혈통 친구를 위해 엘리와 헤르미온느가 유전자의 기본 개념을 설명했고, 해리도 머글 태생이 스퀴브나 과거의 마법사 조상으로부터 마법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수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또한 엘리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마법 사회에서는 그린델왈드 몰락 이후 광범위한 가계 연구를 통해 머글 세계 출신의 마법사들을귀환자(Returners)’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알려주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머글 태생이라는 호칭보다 훨씬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귀환자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시리우스와 리머스가 응접실에 들어와 런던 동물원에 갈 시간이라고 알렸다.


  런던의 날씨는 무척 좋았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드문드문 햇살을 가리고, 가끔씩 상쾌한 바람이 불어왔다. 어른 둘과 아이 다섯은 플루 네트워크로 리키 콜드런에 도착한 뒤 지하철을 타고 런던 동물원으로 향했다. 론과 네빌은 처음 타보는 지하철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해리와 헤르미온느, 엘리를 졸졸 따라다녔다.

 

  동물원에 도착하자 해리는 그곳을 알아보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바로 작년, 더즐리 가족과 피어스와 함께 다들리의 생일을 맞아 왔던 바로 그곳이었다. 이번에는 보호자들이 해리의 생일을 기념해 같은 장소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해리는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동물원을 구경하며 마음껏 즐거워했다. 특히 파충류관에서 사라진 유리창으로 사촌에게 복수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자 모두들 박장대소했다. 물론 뱀과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은 빼놓았다. 시리우스와 리머스는 파슬텅을 구사하는 것이 영국에서는 어둠의 마법사들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설명해 주었다.

   론은 동물원 자체가 신기했고, 네빌은 다양한 비마법 동물들을 안전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헤르미온느와 엘리도 희귀한 동물들을 보며 무척 즐거워했다. 동물을 다 보고 난 후, 일행은 다시 리키 콜드런으로 돌아와 버터맥주와 간단한 간식을 즐기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후 친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론과 네빌은 플루 네트워크를 통해, 엘리는 국제 포트키를 타고, 헤르미온느는 버스를 이용했다.

 

  시리우스와 리머스, 그리고 해리는 런던 시내의 고급 식당으로 옮겨 맛있는 저녁을 함께한 뒤 블랙 저택으로 돌아왔다. 두 보호자는 핫초콜릿을 나누며, 해리에게 호그와트에서 공부하는 다양한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까만 머리 소년은 패드풋과 무니를 껴안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지금까지 받은 생일 중에 최고였어요.”

 

  그 말에 두 보호자의 얼굴은 환희로 가득 차 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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