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 블랙이 죽는 거 어찌 보나 주저하다가 결국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봤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아직도 기억난다..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웬 사전을 들고 다녀? 했던 --;
해리 포터 시리즈 가운데 최고로 길이가 길어서 읽으면서 고생 깨나 했던 것도..
이미 4편에서 세련되게? 혹은 아쉽게? 내용을 과감하게 삭제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이번 영화도 엄청나게 삭제할 거란건 진작 예상했다.
그러나 평이 겁나게 극과 극으로 갈려서 좀 걱정하면서 영화관으로 갔더랬다.
내 느낌을 말하자면 우선 책에서 묘사했던 대로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렸고, 시리우스 블랙이 책보다 훨씬 더 활기찼고, 엄브릿지를 연기한 이멜다 트윈튼과 벨라트릭스 레스트랭을 연기한 헬레나 본햄 카터의 환상적인 연기에 맘에 들었다^^
해리가 힘들어하는 모습도 잘 그렸고(뭐 사실 수위 많이 낮췄다만), 루나 러브굿이 원작의 과장된 모습과 달리 예쁘게 나와서 해리에게 위안을 주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책도 그렇지만 영화속의 마법사 세계도 불완전하다. 퍼지는 덤블도어의 사양으로 얻은 마법부 장관 자리에 집착해서 진실을 외면하고 언론을 동원해 해리와 덤블도어를 공격하는데 이 작전은 꽤나 성공한다. 예언자일보는 우리나라 모 언론하고 참 비슷하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도라고 그대로 발표한 거나 해리를 헛소리 이야기꾼(Plotter)라고 매도하는 거나 뭐가 다르랴.
영화에서는 빠졌지만 허마이오니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자신에게 약점잡힌 리타 스키터를 이용해 해리가 볼드모트를 만났던 순간을 인터뷰해서 루나 러브굿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이러쿵저러쿵이란 잡지에 싣게 한다. 이러쿵저러쿵도 기괴한 소문을 많이 싣는 웃기는 잡지지만 그 인터뷰의 파급효과는 엄청나게 커서 호그와트의 전 학생들이 엄브릿지의 금지책을 비웃듯 한 수 위의 실력으로 잘도 돌려볼 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해리의 말을 믿게 만든다.
나중에 해리와 덤블도어의 명예가 다시 회복되었을때 예언자일보는 그 인터뷰 기사를 이러쿵저러쿵에서 사서 다시 싣는 나름의 기민함(?)을 보인다. 참 정도를 걷는 언론 보기 힘든건 현실이나 마법세계나 똑같다 --;
어쨌든 이 영화는 엄청난 삭제를 하는데 그 바람에 론과 허마이오니가 반장이 되어서 파티를 하는 장면도, 론이 퀴디치팀의 수색꾼이 되어서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빼버린다. 이에 따라 해리는 론에게 사악한 감정을 꽤 오랫동안 갖게 되는데 이러한 해리의 미묘한 심리가 사라진 것도 아쉬운 점이다.
사실 초 챙과의 로맨스도 전혀 달콤한 게 아닌터라 이모랑 같이 살 때도 인기없던 아이였던 해리는 초 챙과 교제하는 것도 너무너무 힘들기만 하다. 영화에서는 초 챙이 진실을 말하게 하는 약(베리타세륨)을 먹고 덤블도어의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원작에서는 초 챙의 친구가 진실을 누설했고 그 결과 그 친구는 허마이오니의 저주에 걸려버려 서로 친구탓을 하다 사이가 나빠진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두 가지가 빠져버리는데 하나는 해리가 아버지의 과거를 보고 충격받은 나머지 엄브릿지 방의 굴뚝을 통해 시리우스, 루핀과 함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맘을 다독이는 내용이고, 또 하나는 시리우스가 죽은 후 해리가 죄책감을 없애고자 덤블도어에게 괜한 역정을 내면서 물건을 마구 내던지고 예언을 다 듣고 난 다음 자신의 가혹한 운명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이 때, 네빌과 자신이 같은 날 태어났으며 두 사람의 운명은 바뀔 수도 있었으며, 볼드모트와 해리 두 사람 중 하나가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해리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물론 영화는 이 장면을 너무 간단하게 처리해서 참 아쉽기 그지 없다만 뭐 시간이 없는데 어쩌겠나...
이번 감독은 TV 드라마를 꽉 잡고 있으며 정치적인 내용을 잘 다룬다고 했다.(우리나라로 치면 모래시계를 만든 김종학 수준?) 어쩐지 참 영화속의 교묘한 정치적인 상황이 잘 살아났다 했더니...
이 영화 초반부에 보여주는 런던을 보며 잠시동안 작년의 짧았던 런던여행이 생각나 감격했더랬다.. 런던 애호가인 나의 개인적인 만족도였다 ㅋㅋㅋ
론과 허마이오니의 미묘한 감정 전개, 지니를 바라보는 해리의 대견한 눈빛이 6편에서는 본격적인 애정 전선으로 발전하게 되니 어찌 기대하지 아니하겠는가..
6편의 내용 역시 여전히 정치색이 드러나기에 이번 감독이 6편도 찍는다고 했다.
6편 내용까지 살짝 알려주면, 새로 바뀐 마법부 장관도 전시행정 일삼기는 매한가지요, 덤블도어를 끊임없이 염탐하면서 해리를 자기편으로 만드는데 여념없다.
책을 자유롭게 재해석해 해리의 심리와 호그와트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잡아내는 동시에 특유의 영국적 분위기를 살려낸 이번 영화에 크게 만족한다.
그래도 시리우스 블랙 죽은건 슬프다.. 해리의 유일한 의지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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