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늑대소년에 대한 정떨어지는 분석 또는 추측 (스포 만땅)

지혜의 여신 2012. 11. 6. 23:17

방문객 몇 안되는 블로그인지라 마음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늑대 소년 보고 싶은데 아직 안본 사람은 절대로 읽지 마세요!!!

 

 

 

늑대 소년에 대해서는 올초에 촬영할 때부터 참 많은 얘기를 들었다.

박보영과 송중기라... 첨엔 잘 어울리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는데... 

런닝맨을 보고 둘이 참 잘 어울린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잔뜩 기대했다.

 

늑대 소년이라길래 정글북 모글리처럼 야생에서 자란 소년을 생각했는데 예고편과 이런저런 스포 글을 읽으니 극중 송중기는 진짜 늑대 소년이었다.

영문 제목인 Werewolf boy가 맞는 말이었다 허걱!

생물학과 전공을 살려서 대충 짐작해보면 6.25 때 혹은 후에 북한 침투 등을 위해서 고아 아이를 유전자 조작이라도 했던게 아닐까 싶다.

이미 1950년대에 DNA 연구 성과가 마구 나왔음을 감안하면 가능하다.

아니면 서양 전설처럼 늑대 인간에게 물려야 하는데 늑대를 연구하는 교수가 나오는 걸 보니 그건 아닌듯...

왜 하필 늑대냐고? 우선 늑대는 일반적으로 영리하고 야행성이고 체력이 매우 좋은데다 후각까지 예민하기 때문일 거다.

 

영화 시작 부분에 나왔던 연구자는 심장마비로 사망하는데 꼴을 봐서는 소년을 사람으로 키우지 않고 늑대로 사육했던 것 같았다.

모름지기 사람은 말도 배워야 할 줄 안다... 그러니 소년이 말을 못하는 건 당연하다...

 

늑대와 개는 모두 개과에 속하는데 개과의 특징은 사회성이 강하되 서열을 구분한다는 것이다.

소년은 엄마가 아니라 소녀가 그 집의 실질적인 지배자라는 것을 단박에 파악했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부터 소녀를 은근히 잘 따랐던 것이 아닐까... 감정이 생기기 전부터 소녀에게 집적대던 훼방꾼을 쫓아낸 걸 보면 가능성 있는 것 같다.

 

소녀는 병으로 중퇴했지만 고등학생이었던 바, 소년의 행동이 개와 비슷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애견 훈련책을 본다.

하지만 아마도 소년이 늑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했을 거다.. 아기 늑대는 강아지와 구분하기 힘드니깐...

 

엄마가 잠시 소년을 보호하고 마을 사람들이 소년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는 건 한국 전쟁 후 고아가 엄청 많았던 1960년대이기에 가능하다.

경찰은 한국 전쟁 고아가 6만인가 7만이라고 항변한다...

그래서 고아가 산에서 혼자 자라 말도 못하고 배운게 없구나 라고 측은지심을 느낄 뿐이다.

엄마는 꽤나 배운 건 많은 사람이지만 워낙 정이 많고 낙천적인 사람이라 소년의 행동을 못배워서 라고 가볍게 넘길 뿐이다.

 

처음 소녀는 매우 까칠해서 당연히 더럽고 냄새나고 말도 못하는 데다 짐승같이 식탐만 겁나게 강한 소년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런 소녀가 소년에게 처음 마음을 여는 건 자신을 위해 짐을 들어주고 꼴보기 싫은 인간을 쫓아내줄 때부터다.

이 때부터 소녀는 소년이 쓸만한 존재로 생각한 것 같다.

잘 훈련시켜서 잘 부려 먹어야지 이런 마음으로 시작했던 소년 길들이기는 어느 순간 사랑으로 변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연약한 여자들만 남은 집에 엄청나게 힘이 세고 자신에게 잘 길들여져 절대 복종하는 소년은 든든한 호위기사가 되어버렸다.

 

소년의 마음은? 일단 늑대에 대해 잘은 몰라도 인간의 마음도 남아있으니 예쁜 소녀, 부드러운 손짓, 아름다운 음악에 퐁당 빠진 것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원래 늑대는 영리한 동물이다. 따라서 학습 의지가 강한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늑대는 원래 사회성이 강한 동물이므로 소통하고픈 의지 또한 매우 강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열심히 글쓰기 공부도 하고 소녀에게 그림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게다가 늑대는 철저히 일부일처제를 지킨다.

늑대랑 같은 과인 이리에 대한 시튼의 이야기를 혹시 기억하는지?

절대 잡히지 않았던 이리왕 로보가 잡혔던 이유는 바로 자신의 아내인 비앙카가 사람들에게 잡혀서 구하려고 너무 무리했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그래서 소녀가 위험할 때 늑대의 본성이 되살아났고, 소녀에게 위해를 가하는 이를 죽여버리고, 위험한 순간에 소녀를 데리고 도망을 쳤다.

그리고 소녀의 기다리라는 말에 47년을 기다렸다!

 

개인적으로 송중기를 살리려고 소리지르다 그만 송중기의 뺨을 때리고 미안해 어쩔 줄 몰라하며 뒷걸음치던 박보영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으로 "가지 마"라고 참으로 힘겹게 말하던 송중기의 대사와 어울려 그 이별 장면은 명장면이었다.

 

그럼 왜 소녀가 늙어서 할머니가 되는 동안 소년은 하나도 늙지 않았을까?

아마도 소년에게 유전자 변형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성장 호르몬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아 결핍상태에 빠진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늙지 않는 희귀병이 있는데 그게 벤자민 버튼의 모티브가 되는 하이랜더 증후군이라고 한다. 

어차피 늑대 소년 자체가 SF인데 희귀병까지 추가된들 이상할 것도 없고...

 

영화 자체는 뭐랄까 좀 전개가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원래 동화책은 촘촘한 구조를 가진 이야기가 아닌지라 말이 심하게 안되는 게 맞다. --;

배우들의 매력으로 이끌어나가는데 아쉬운건 악역의 사연을 좀 더 살리지 않았다는 거다.

악역이 단편적이면 이야기의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건축학 개론보다도 재미가 없는 거다.. --; 

 

이 영화에서 정말 감동적인 건 할머니가 된 소녀에게 여전히 아름답다 말하는 소년의 말이다.

감독은 여자의 환상을 잘 아는 사람인게 분명하다!!!

난 솔직히 소년이 할머니의 소녀시절을 꼭 빼닮은 손녀를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 --;

 

동화책을 듣다가 할머니가 죽는게 아닐까 싶어 겁이 덜컥 났는데 다행히 다음날 무사히 깨어나더라.. 휴~

어떤 사람들은 할머니가 다시 소년을 버리고 매정하게 떠난다고 하는데 영화를 보던 당시에는 할머니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집을 안팔았으니까.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할머니는 이제 소년에게 자유를 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뭐 상상은 자유..

 

무대 인사를 하러 왔던 박보영이 엔딩 크레딧을 꼭 보라고 신신당부하길래 영화가 끝나도 기다려 봤다.

그랬더니 송중기가 눈이 내리는 날 혼자서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눈사람을 언제 만들었을까... 재회하기 전일까 후일까...

혼자서 약속을 지키는 송중기의 모습이 잔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아렸다...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이란 어쩌면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만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A.I.에 나왔던 소년 로봇 데이빗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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