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2권(Good wives)
바야흐로 1987년 6학년때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사랑의 네 자매'라는 소설책을 발견해서 읽었다.
알고보니 이 책은 '작은 아씨들'의 후속편이었다.
그 책을 읽기 일년쯤 전인가 TV에서 작은 아씨들 만화를 1년 가까이 보여줬기 때문에 속편을 매우 기쁜 마음으로 읽었는데....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아서 지금까지도 대부분이 다 기억이 난다.
소설의 시작은 메그의 결혼부터 시작한다.
미인이지만 돈 대신 사랑을 선택한 메그는 집 마당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집으로 존 브룩과 함께 걸어가는 것으로 신혼 여행을 대신한다.
그러나 결혼은 현실인지라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아서 좌충우돌할 수 밖에 없다.
책에서 보여주는 얘기는 매우 현실적인 결혼 이야기이다.
1. 마당의 구즈베리 열매로 잼을 만들려고 의욕이 넘쳤지만 대실패해서 눈치없이 동료를 데려온 남편에게 화냈다 화해하고,
2. 원래 부자였는데 메그가 한때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더 큰 부자와 결혼한 친구와 함께 얼결에 비싼 옷감을 사고 후회했다가 자존심을 죽이고 그 친구에게 비싼 옷감을 환불하고,
3. 아들 딸 쌍동이를 낳은 후 아이 키우는데 정신이 팔려서 남편에게 소홀해지고, 남편도 집보다 친구집에 자주 놀러가서 권태기가 왔지만 결국 엄마의 충고로 메그가 남편과의 시간을 더 늘리면서 가정의 평화가 돌아왔다는 얘기가 있다.
그리고 로리는 대학을 다니는데 친구들과 어울리며 꽤나 방탕하게 생활했던 거 같은데 조가 그 점을 지적한다.
어느 날 저녁, 로리를 보고 한 베스의 혼잣말을 듣고 조는 베스가 로리를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둘이 잘 되길 희망한다.
이를 위해 조는 뉴욕으로 가정교사일을 하기 위해 떠난다. 이 때 아마 로리가 조가 집으로 안 오면 데리러 간다는 식으로 말했던 거 같다.
뉴욕에서 조는 글도 많이 썼고 나이많은 독일인 교수와 친구가 된다. 그런데 이 때는 글에 대한 얘기는 나누지만 아직 깊은 관계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 조는 집으로 돌아오는데 가정 교사 기간이 다 끝나서인지 아니면 베스가 아파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로리는 조의 지적대로 방탕한 생활을 청산하고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는데 졸업식날 조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다.
이 장면에서는 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별로 놀랍지는 않았는데 로리가 독일인 교수 때문이냐고 질투할 때는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를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94년 영화를 보니 로리가 조를 사랑했던 감정은 무척이나 깊었던 것 같은데 조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무렵인지 조가 뉴욕가기 전인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어쨌든 조가 에이미와 함께 친구는 아닌 거 같고 동네 여러 집에 사교적인 방문을 했는데 이 때 조가 너무 털털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바람에 마치 고모 할머니는 예정된 유럽 여행에 조 대신 에이미를 데려간다.
에이미는 어릴 때부터 그랬지만 다소 깍쟁이 같고 허영심도 좀 있고 해서 고모 할머니에게 더 잘 보였던 것 같다.
에이미는 유럽에서 사교계에 정식으로 데뷔하는데 금발머리가 예쁘다는 묘사 때문인지 아름다운 아가씨로 자라나서 부잣집 남자들의 구애를 받으며 사교계의 꽃이 되었다.
그 중 1권에서 만났던 로리 친구네 영국 부자와 가까워지는데 내심 결혼할 생각을 한다.
로리는 조에게 청혼을 거절당한 후 폐인이 되어서 할아버지가 보다 못해 유럽으로 보낸다.
그렇지만 유럽에서도 로리는 대학 시절처럼 꽤나 방탕하게 지내다가 우연히 에이미를 프랑스 남부에서 다시 만나 가까워지고 에이미는 로리의 방탕함을 지적한다.
그리고 로리 역시 사랑이 아닌 돈만 보고 결혼하려는 에이미의 마음을 지적한다.
에이미와 헤어진 로리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원래 재능인 음악성을 다시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 편 몇 번이나 조에게 편지를 보내 청혼을 한다.
그러나 조는 건강이 악화된 베스를 간호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로리의 청혼서에는 모두 다 거절하는 답장을 보내버린다.
온 가족이 쇠약해진 베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베스는 죽었고 이 때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었다.
1권에서 살아났다고 기뻐했는데 겨우 몇 년밖에 더 살지 못했다는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시트콤 '프렌즈'에서는 조이가 베스의 죽음에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책을 바로 냉동실에 넣어버려 봉인?을 해버리는데 솔직히 이해가 갔다....
베스가 세상을 떠났단 소식은 유럽에 있는 로리와 에이미에게도 전달된다.
로리는 에이미를 위로하기 위해 서둘러 에이미를 찾아 가고, 에이미를 다시 만난 로리는 새로운 사랑이 왔음을 알아차린다.
베스가 세상을 떠난 후 조가 어떻게 지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94년도 영화를 보니 이 때 조는 자전 소설 '작은 아씨들'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잠이 깨서 보니 로리가 돌아왔는데 에이미와 결혼해서 함께 왔다고 해서 조는 물론이고 나도 엄청나게 놀랐다.
하지만 로리의 설명을 듣고 조는 납득했고 연애 감정을 아직 몰랐던 나도 그러려니 하면서 받아들였다.
알고보니 팬들은 왜 로리가 조 대신 에이미랑 결혼했냐고 어마어마하게 분노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조는 자신이 노처녀가 되었음을 한탄하게 된다.
그러다가 독일인 교수가 조를 만나러 오는데 이 때 조는 독일인 교수와의 결혼을 결심했고,
독일인 교수는 조가 결혼한 줄 알고 거리 유지를 하다가 조의 고백을 듣고 결혼하기로 한다.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 베스가 죽은 것만 빼고는 다들 해피엔딩이군..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전세계 팬들은 조가 나이든 홀아비?랑 결혼했다고 분노했다고 하던데 94년 영화를 보고서는 나도 조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독일인 교수가 훨씬 젊고 잘생겼다고 하니 그냥 극장가서 볼까 말까 고민중이다...
넷플릭스에서 안하는 거 같기도 하고...
+)
영화도 보고 원서도 다시 읽고 나니 내 기억에서 누락되었던지 아니면 책이 빼먹었던지 아무튼 다른 부분이 좀 있다.
1. 조는 영화에서와 달리 '작은 아씨들'이라는 자전 소설을 쓰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글을 여럿 써서 좋은 평을 받았는데 그 중 네 자매 이야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은 외롭다는 긴 시? 서사시?를 썼다.
2. 로리는 에이미의 독한 충고를 듣고 작곡을 하려고 했지만 특히 조를 여주인공으로 오페라를 작곡하려다 보니 조의 단점만 생각나는 등 자신의 마음이 가라앉고 자신에게는 모차르트 같은 천재성이 없다는 걸 자각했다는 내용이 있다.
에이미가 자신은 재능은 있지만 천재성이 없으니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했을 때 그걸 이해못했는데 로리는 작곡을 시도한 뒤에야 그런 에이미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언제나 에이미에게 돌아가고 싶어했고 결국 베스가 매우 위독해서 가망이 없다는 연락을 받은 후에 바로 에이미에게 달려가서 향수병과 베스를 잃게 되리라는 사실에 슬퍼하는 에이미를 위로한다.
원작에서는 로리와 에이미가 결혼한 내용을 스리슬쩍 넘겼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3. 에이미를 유럽으로 데려간 친척은 고모 할머니가 아닌 다른 친척이었다.
내 흐릿한 기억처럼 조가 뉴욕에 가기 전에 에이미는 유럽으로 떠났고 돌아오는 과정은 기억과 좀 달랐다.
에이미를 데려간 다른 친척이 일정을 바꿔 일년 더 유럽게 머무르기로 하고 로리 할아버지는 베스를 잃은 슬픔으로 미국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로리와 에이미가 약혼만 한 상태로는 함께 갈 수 없다고 해서 그냥 결혼을 해버렸다.
약혼자 가족과 함께 가도 여자는 샤프롱 없이 혼자 여행갈 수 없다니 옛날은 참 여자에게 제한을 너무 많이 줬다.
4. 조는 에이미와 로리가 약혼했단 소식을 듣고는 잘됐다고 생각하면서도 만약 로리가 돌아와서 다시 청혼했다면 사랑받고 싶어서 수락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아무래도 베스가 죽은 후로 많이 마음이 허했나보다...
5. 베어 교수는 94년판 영화처럼 조의 소설을 들고 오는 게 아니고 2019년판처럼 서부로 떠나기 전에 조를 보고 싶어서 방문했다.
내 기억처럼 이 무렵 조는 스물 다섯번째 생일을 맞이해서 노처녀가 될 거라면서 외로움에 몸부림쳤다.
그리고 베어 교수는 제법 오래 콩코드에 머물렀는데 내 흐릿한 기억처럼 비오는 날 물건을 사러 갔던 조와 만나 우산을 씌워주면서 진심을 터놓는다.
조심스럽게 서로 탐색하다가 결국 서부로 떠난다는 말에 조는 울음을 터트리고 베어 교수는 희망을 갖고 마음을 고백한다.
내 기억과 달리 베어 교수는 뉴욕에서는 로리와 결혼할 줄 알고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조가 썼던 네 자매 이야기에서 자신이 외롭다고 한 서사시 덕분에 싱글임을 알고 방문했다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읽은 책은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끝났다.
6. 책에는 메그의 쌍동이 아이에 대해 한 장을 할애해서 짧게나마 아이들을 설명한다.
7. 놀랍게도 베어 교수는 서부로 떠나 조와 결혼하기 위해 돈을 벌고 요즘 말로 장거리 연애를 하는 롱디 커플이 된다.
그렇게 1년이 훌쩍 지나고 2년째에 고모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플럼필드 집을 남겨주신 덕분에 조는 베어 교수와 결혼해서 소년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기로 한다.
조는 테디를 잘 키운 경험이 있으니 잘 할 수 있다고 의욕을 보이는데 역시 조에게 로리는 남동생이었다 ^^;;
솔직히 옛날이라지만 메그랑 에이미도 딸이 있는데 그냥 남녀공학으로 하지.. 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은 영화가 낫다.
그리고 마지막 장은 학교를 얼마나 행복하게 운영하는지를 설명하면서 사과를 따는 날은 수업하지 않는 휴일인데 이 날이 엄마의 60번째 생일날이라 모두 얼마나 행복한지 말하면서 끝난다.
조는 현재는 소설쓸 시간이 없지만 언젠가는 쓸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영화는 조의 희망사항을 반영해서 만든 것 같다.
영화는 아무래도 네 자매 특히 조를 중심으로 하다보니 (2019년판에서는 에이미를 키웠지만) 로리의 묘사가 좀 약한데 음악적인 부분에서 에이미를 이해하는 내용을 넣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아예 로리를 화자로 해야 영화를 만든 보람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