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2003년 추억하기 _ 진주귀걸이 소녀

지혜의 여신 2013. 12. 31. 21:15

2003년 마지막날, 나는 퇴근후 동생과 함께 저녁을 먹은 후 어깨 넘어 꽤나 길었던 머리를 숏컷으로 자르고 귀를 뚫었다.

20대의 마지막을 기념하고 싶어서였다.


2003년 번역학원에서 사용했던 교재는 '진주귀걸이 소녀'라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네덜란드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지만 그다지 사생활은 알려지지 않았던 베르메르의 대표작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다룬 팩션이었다.

'북구의 모나리자'라는 칭송을 받던 이 그림을 보고 나는 첫눈에 소녀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렸다.

그리고 소망을 하게 되었다. 그림과 같은 진주귀걸이를 나도 하게 되기를...

소설책은 수업 후 즉시 샀지만 진주귀걸이는 연말이 되도록 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당시 나도 소설 속 그리트처럼 귀를 뚫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대가 끝난다는 것은 10대가 끝나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녔기 때문에 그냥 넘기지 않고 무언가 의식을 통해 기념을 하고 싶었다. 

아마 10대가 끝났을 때, 또래와 달리 고3을 앞두고 있었던 탓에 어떤 기념의 의식도 행하지 못해 보상심리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20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던 시간에 과감하게 귀를 뚫었다.

그림같은 진주 귀걸이를 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