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11월말 코펜하겐이 생각난다
지혜의 여신
2011. 1. 27. 23:48
오늘밤은 추우면서도 습기 먹은 바람이 불어서인지 코펜하겐이 생각난다.
11월말 처음으로 갔던 유럽이었던 코펜하겐에 대한 첫인상은 회색이었다.
하늘은 햇빛이 전혀 없이 구름만 가득했고, 땅에는 초록이 자취를 사라진 채 회색 건물만이 가득했다.
물론 곳곳에서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예쁘게 해놨지만 그래도 회색 기운을 몰아낼 수는 없었다.
오후 4시만 넘으면 캄캄해졌던 코펜하겐에서 '해리 포터와 철학자의 돌'을 영국판으로 봤던 밤이 꼭 오늘 밤 같았다.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코펜하겐에서 가장 큰 극장으로 갔던 밤, 운하 옆 노점에서 예쁜 선물을 샀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 흰 수정 목걸이는 하트 모양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것도 같이 살 걸 그랬다는 후회가 남아있는 예쁜 목걸이었는데...
그리고는 무작정 지도를 펴고 극장을 찾아갔다.
버스를 타라는 호텔 직원의 충고를 절대 따를 수 없었던 건 첫 해외여행이었던 탓이다.
지금이라면 아마 호기심에라도 탔을텐데 그땐 제대로 타고 내릴 수 있을지도 자신없었다.
길 하나 건너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결국 극장에 도착하고, 즐겁게 영화를 보고 극장문을 나섰을 때에는 영화에 대한 가벼운 실망감과 뭔지 모를 성취감이 가득한 채 노숙자조차 하나 없는 텅빈 거리를 신나게 걸어서 호텔로 돌아갔다.
나중에 덴마크 사람들까지 내 무모함을 나무랬지만 그래도 그때는 정말 좋았다.^^